강경화 장관·정의용 실장 이어
문 대통령 ‘외교 총력전’ 반영된 듯
미국 쪽 반응은 아직 확인 안돼
북,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천해성 차관, 오늘 금강산 방문
문 대통령 ‘외교 총력전’ 반영된 듯
미국 쪽 반응은 아직 확인 안돼
북,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천해성 차관, 오늘 금강산 방문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주 후반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 화해협력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외교 소식통은 31일 “서훈 원장이 7월26~29일께 방미해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 면제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서 원장은 방미 기간에 공식 협의 상대인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물론 지난해부터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만나 협의했다고 한다. 서 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남-북-미 정상의 ‘대리인’ 구실을 해왔다. 서 원장의 방미에는 최근 원장 특보로 임명된 박선원 전 상하이 총영사를 포함해 국정원의 관련 당국자가 여럿 동행해, 미국 쪽 상대와 다각적인 협의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폼페이오 장관 등을 만나 남북 화해협력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는 점을 들어 포괄적 제재 면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의 핵심 징검돌이자 당면 과제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한 제재 면제가 시급함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의 전격적인 비공개 방미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뉴욕 방문(19~21일)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20~21일)의 비공개 워싱턴 방문에 이은 것으로, 정부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대북 제재 면제를 얻어내려 총력 외교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서 원장의 방미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추동해온 한반도 평화 과정이 지속·강화되려면 대북 제재 면제를 통한 남북 협력사업의 적극적 추진이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 등의 대북 제재 면제 촉구에 미국 쪽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비춰 미국 쪽이 바로 호응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례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면서 대북 제재 문제 등을 협의했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지난 26일 서울에서 개성공단 기업인과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북 경협 관련 기업인을 여럿 만나 남북 경협 확대 움직임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서 원장의 전격 방미는 미국 쪽의 이런 ‘속도 조절 압박’ 직후에 이뤄져,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제재 면제 획득 외교전’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때맞춰 31일치 북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사업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없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북 제재 돌파’를 촉구했다. 신문은 이날치 6면에 실린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여정을 가로막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명 논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5·24 대북 제재와 유엔 제재라는 안경을 끼고 북남관계를 다루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비누 거품”에 비유했다.
신문은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전 보수 ‘정권’이 저질러놓은 개성공업지구 폐쇄와 금강산관광 중단에 대한 수습책은 입밖에 낼 엄두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두 사업의 ‘재가동’을 에둘러 촉구했다. 신문은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이제라도 북남관계 개선에 진정으로 발 벗고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시설 개보수 현황 점검 등을 목적으로 1일 금강산을 방문한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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