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남북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대상자 최종명단을 교환했다. 통일부 제공
100년을 넘게 살아 철책에 가로막힌 70년 한을 푼다. 아들은 아비보다 먼저 세상을 등졌다. 그래도 북녘의 손녀와 며느리를 만나러 101년을 버틴 노구를 이끌고 금강산으로 떠날 날을 손꼽는다.
통일부 당국자가 5일,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참여자 가운데 최고령자라고 밝힌 백아무개(101) 할아버지 이야기다. 백 할아버지는 이름을 언론에 밝히지 말라고 대한적십자사에 요구했다. 언론 인터뷰도 사양했다.
남북은 이달 20~26일 금강산 지역에서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나설 양쪽 최종 명단을 4일 판문점에서 주고받았다. 최종 확정된 상봉 대상자는 남쪽이 93명, 북쪽이 88명이다. 통일부는 “20~22일에는 우리 쪽 방문단 93명이 북쪽 이산가족과 상봉하며, 24~26일에는 북쪽 방문단이 우리 쪽 이산가족과 상봉한다”고 밝혔다.
생사 확인과 당사자를 상대로 한 상봉 의사 확인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남북이 애초 합의한 100명씩을 채우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차(2007년 10월) 상봉 이후 20차(2015년 10월) 상봉까지 평균적으로 남쪽은 91.2명, 북쪽은 95.2명으로 남북이 합의한 상봉 대상 100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산 1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건강 악화와 (부부·부자 등이 줄고 3촌 이상이 느는) 상봉 대상 가족 관계의 변화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상봉 행사에 나설 남북 상봉 대상자 181명 가운데 80살 이상이 88%에 이른다. 181명의 상봉 대상을 가족 관계별로 보면 부자·조손 상봉이나 형제자매 상봉은 여럿 있는데, 부부 상봉은 한 사례도 없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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