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21일 황해북도 개성시에 준공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청사.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합의한 남북 당국 간 상설 협의 창구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공동사무소)가 17일 문을 연다. 정부는 사실상 남북 관계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공동위원회’ 구실을 할 공동사무소 남쪽 소장의 위상을 차관급 정무직으로 높이기로 방침을 정하고, 초대 소장 막바지 인선 작업을 하고 있다.
남북 관계 사정에 밝은 여러 소식통과 정부 관계자는 “남과 북은 공동사무소를 15~20일 사이에 개소하기로 합의하고 17일부터 운영하는 쪽으로 막판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개소일에 하루이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북 협의는 물론, 공동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대북 제재 ‘면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협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남북은 6·1 고위급회담에서 공동사무소를 “가까운 시일 안에 개성공업지구 안에 개설”하기로 했다. 17일께 개소할 공동사무소는 개보수 중인 개성공단 안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청사를 쓰기로 했다.
정부가 공동사무소장의 직급을 청와대 수석비서관 수준의 위상을 지닌 ‘차관급 정무직’으로 하기로 한 데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남북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자칫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면 ‘대통령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집행할 수 있는 소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판문점 연락사무소(과장급)나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국장급)의 실무급 책임자로는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실린 비중 있는 협의를 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4·27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할 때 공동사무소 개설이 “매우 중요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여건이 되면 각각 상대방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두는 걸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사무소를 ‘대사급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로 발전시킬 씨앗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는 최근 낸 ‘판문점 선언 100일 평가’에서 공동사무소를 “‘24시간 365일’ 상시적으로 남북이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고 규정했다.
공동사무소 초대 소장 후보로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종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윤건영 실장은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대북특사단(3월5~6일)과 5·26 정상회담(판문점 통일각) 수행원으로 참여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윤 이사장은 국정원 출신으로 대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북통’이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사업 시작 때부터 깊이 관여해온 ‘개성공단 사람’이다. 소식통들은 “윤건영 실장 카드는 공동사무소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국정상황실장을 새로 구해야 하는 정무적 부담이 크다. 반면 윤종우·김진향 이사장은 대통령의 뜻을 전달·집행하기에 다소 약한 카드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며 전혀 새로운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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