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7일 판문점에서 ‘하나의 봄’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가을이 왔다”고 선언할 수 있을까?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합의·발표한 직후인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공연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북남 수뇌 상봉과 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사회에서 압도적 권위를 지닌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 사실을 인민들한테 즉각 알려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9월 평양 회담’이 합의대로 이뤄지리라는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번째로 만나는 ‘9월 평양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을 만들어낸 4월27일 회담에 가까울까, 죽어가던 북-미 정상회담을 살려낸 5·26 회담에 가까울까?
우선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 합의를 이행하는 ‘정식 정상회담’이라 형식과 의전 측면에서는 4·27 회담에 가깝다. 하지만 남북이 ‘조기 가을 회담’에 합의한 데에는 종전선언과 (핵 시설·물질) 신고·사찰 문제 등 6·12 북-미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병목이 판문점 선언 이행에 악영향을 끼치는 국면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회담의 핵심 목적 측면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리려 예고 없이 성사된 5·26 ‘원 포인트 정상회담’에 가깝다. 회담의 형식·의전과 정세·목적 사이에 간극이 상당하다. 언론과 전문가는 물론 정부 안에도 인식과 설명에 혼선이 감지되는 이유다.
‘9월 평양 회담’은 정식 정상회담이다. 문서로 정리된 합의문을 내놔야 한다. 남북관계사에서 지금껏 이뤄진 4차례 정상회담 가운데 3차례가 정식 회담이었다. 그리고 6·15 공동성명, 10·4 정상선언, 4·27 판문점 선언이라는 남북관계의 이정표가 될 문서 합의를 내놨다. ‘원 포인트’로 치러진 5·26 회담만 문서 합의 없이 회담 결과를 각자 발표했다.
애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번영의 물적 토대를 만들 대규모 경제협력을 ‘가을 평양 회담’ 몫으로 미뤘다. 미국·유엔의 대북 제재 탓이다. 4·27 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동력으로 비핵화를 촉진해, ‘가을 평양 회담’ 이전에 적어도 민생 분야 제재 해제까지는 진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애초 구상대로 “가을이 왔다”고 선언하기엔 정세 진전이 턱없이 더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3일 고위급회담 뒤 ‘9월 평양 회담’ 추진의 배경을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에서 정상 차원에서 논의할 사항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두 의제를 ‘가을 평양 회담’에서 문서 합의 형태의 성과로 담으려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등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운영과 철도·도로·산림협력 등의 실질적 진전이 ‘9월 평양 회담’ 전에 이뤄져야 한다. 한달 안에 풀기엔 난도가 높은 숙제다. 한반도 정세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가 “‘9월 평양 회담’의 현실적 목표를 원 포인트 회담과 애초 ‘가을이 왔다’고 선언하려던 ‘가을 평양 회담’의 중간쯤으로 잡아야 할 듯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9월 평양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이 13일 고위급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9·9절(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기념일)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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