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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상봉 둘째날 “일부러 화려한 중절모 썼어” “개별상봉 기대돼”

등록 2018-08-21 11:24수정 2018-08-21 14:08

이산가족상봉 열리는 금강산 풍경 이모저모

개별상봉 2시간에 점심식사 1시간까지 ‘3시간’
북 보장성원, 남 취재진에 “남쪽도 날씨가 덥습네까?”
개한테 물렸을 때 효과 좋은 ‘금강산 적목송 주걱’도 판매중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쪽 상봉단이 객실 내 개별 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쪽 상봉단이 객실 내 개별 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딸과 사촌동생을 봐서 소원이 풀렸어요. 밤에 피곤해서 꿈도 꾸지 않고 아주 잘 잤습니다. 오늘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 2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에서 북쪽에 사는 딸과 만난 유관식(89)씨는 21일 아침 상봉 행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개별상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21일 오전 10시10분께부터 상봉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개별상봉’에 참여하고 있다. 2015년 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때만 하더라도 개별상봉 시간은 단 2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개별상봉이 이뤄지는 객실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점심식사(1시간)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가족끼리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났다.

상봉 둘째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개별상봉을 마친 가족들은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 호텔에서 단체 상봉 행사에 참여한다. 이날 저녁식사는 남과 북 이산가족이 별도로 한다.

■ 상봉 둘째날, 기다리던 ‘개별상봉’…오붓한 가족끼리의 3시간

한편, 상봉 둘째날 아침 남쪽 이산가족 197명은 외금강 호텔 1층 외금각에서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상에는 된장국과 오곡밥, 감자볶음, 도라지 생채, 생선구이, 달걀볶음 등이 올랐다. 식사를 마친 이산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방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첫 상봉 행사가 있었던 전날보다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가족들 대부분은 이날 있을 개별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분위기였다. 전날 첫 단체상봉을 마친 남쪽 이산가족들은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북쪽 조카를 만난 남쪽 유원식(84)씨는 “소식을 모르다 만나보니 말이 아니다”라며 “혼자살다 죽나 했다. 통일이 빨리 돼서 왔다갔다 했으면 좋겠다. 빨리 해야 우리 민족도 희망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삼(79)씨는 은색, 검은색 반짝이로 뒤덮인 화려한 중절모를 썼다. 북쪽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러 가는 김씨에게 남쪽 딸이 사준 모자다. “화려한 걸 일부러 썼어. 이렇게 반짝거리면 멀리에서도 나를 (북쪽 가족들이) 잘 알아 볼 수 있을 거 잖아.” 그는 함께 온 형 종태(81)씨와 함께 “오늘 개별상봉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북쪽 접대원들이 개별중식을 위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외금강호텔에서 북쪽 접대원들이 개별중식을 위해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남쪽도 날씨가 많이 더웠습네까?”

한편,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 현지에서는 북쪽 보장성원들과 남쪽 취재진 사이에 편안한 대화도 오갔다. 한 북쪽 보장성원은 “남쪽도 날씨가 많이 더웠다고 하는데, 어떻습네까. 그래도 15일이 지나고 나니 아침, 저녁은 한결 선선해지지 않았습네까”하고 물었다. 남쪽 기자가 “남쪽도 더웠다. 열대야가 길었다”고 하자, 이 보장성원은 “올해는 참 가뭄이나 더위 때문에 남이나 북이나 힘들었던 것 같습네다”라고 했다.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지만 전례을 찾기 어려운 무더위를 겪는 건 남쪽 사람이나 북쪽 사람이나 같다.

상봉 행사에 쓰이는 숙소 및 주요 행사장인 금강산 호텔, 외금강 호텔은 각각 2007년, 2006년에 지어져 세월이 10년도 넘었지만 건물과 내부 시설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객실 안에 있는 에어컨도 잘 잘동하고, 온수도 무리 없이 공급되고 있었다. 다만, 이날 오전 2분 정도 호텔이 정전돼 불이 꺼지고 엘레베이터가 잠시 멈추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쪽 접객원은 “잠시 (전기가) 나간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다시 들어옵니다”라고 침착히 말했고, 실제로 곧 전기가 들어오면서 전등도, 엘레베이터도 정상화됐다.

■ 개한테 물렸을 때 효과 좋은 ‘금강산 적목송 주걱’도 절찬리 판매중

호텔 근처에 있는 ‘특산품매대’에서는 술과 과자, 말린 음식, 그림, 도자기 등 다양한 물건이 팔리고 있었다. 4년 전 20달러였다고 알려진 금강산 구기자는 40달러로 가격이 오른 대신 양이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 맥주는 한 잔에 5달러였다. 북한의 ‘7·27 담배’는 한 보루에 70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취재진이 “평양보다 물가가 비싸다”고 말하자, 북쪽 인사는 “금강산까지 물건을 가져오는 비용이 있잖습니까. 그러니 비싼거죠”라고 답했다.

잡화점 한 켠에서는 천식과 ‘미친개병’(광견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지는 금강산 적목송 주걱이 팔리고 있었다. 이름이 과거 미친개병 치료제에서 ‘개독치료제’로 순화됐다. 취재진이 판매원에게 “미친개병에 특효가 있다는 그 나무 주걱 아니냐”며 “그런데 미친개한테 물렸을 때만 효과가 좋은 게 아니라 개독치료라면 뭘 의미하냐”고 묻자 판매원은 “모든 개한테 물렸을 때 효과가 좋습네다”라고 답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화보] 2018년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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