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제언하는 특사단 역할
5일 북한으로 향하는 특별사절단의 어깨가 무겁다. 남북정상회담을 확정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밑돌을 놨던 ‘중매자’역의 지난 3월 방북 특사단과 달리, 북-미가 비핵화-관계 정상화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지금 특사단의 ‘중재’ 임무는 한층 까다로워졌다. 북-미 관계 전문가들이 특사단에게 보내는 제언을 전한다.
■ 남북정상회담 윤곽 결정해야 전문가들은 우선 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확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4·27 판문점 회담 이후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남북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상시적인 채널을 어떻게 제도화할지와 서해 평화 협력,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 군사적 신뢰 구축과 같은 중장기적 전망을 남북이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남북정상회담 날짜 확정을 이번 특사단의 “최소한”의 결과물로 봤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미 관계를 견인하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구상이자 이번 특사단의 핵심 임무이기 때문이다.
■ 남·북·미 이견 좁히는 기회로 전문가들은 아울러 특사단이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남·북·미 삼각관계’를 둘러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미 관계 전문가는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꽤 높아지고 있다”며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이 빠르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근 잇달아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김연철 원장은 “특사단이 가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판단, 요구 등을 정확히 판단해 현재 한-미, 북-미,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북쪽의 정확한 의도·요구 파악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도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확한 의도와 요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북-미 모두 상대에 대한 의구심이 높다는 전제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며 “(특사단이 방북 목표를) 다 정해놓고 움직이다 보면 그에 집착한 나머지 현상 파악에 미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사단이)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나아가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행보를 정해야 한다”며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동시에 이를 가지고 미국에 갔을 때 우리에 대한 (미국 쪽) 시각도 의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북-미 협상 초기 교환 품목 찾아야 세부적으로는 ‘선행동’을 요구하는 북-미가 비핵화-관계 정상화 초기 단계에서 교환할 품목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구갑우 교수는 “(특사단이) 북-미가 교환할 품목을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며 북한이 강조해온 ‘단계적, 동보적 조치’로서 교환할 품목이 무엇인지, 예컨대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북한의 선행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 로드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재안’으로 “국제기구의 감시하에 북한이 핵 무력 해체 작업을 하고, (해체한 핵을) 북한 내에 보관해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체제안전보장 때까지 (북한에) 일종의 가역성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제거한다는 의미가 있는 한편 북한에는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담보를 제공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이슈한반도 평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