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10일 평소 지면의 두 배가 넘는 14개 면을 모두 할애해 9일 열린 ‘9·9절’(북한 정권 수립일)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이 신문은 9·9절 기념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내용부터 각국에서 온 축하 메시지와 시민들 반응, 각 시·도·군에서 이뤄진 보고대회까지 신문 전면을 9·9절 특집 기사로 꾸렸다. 보통 <노동신문> 지면은 모두 여섯개 면으로 만들어진다. 이 신문이 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할 때도 지면은 6개면에 그쳤다. 그런데 이날 정권 수립 70돌 기념 행사를 다룬 신문은 평소의 배가 넘는 14개 면으로 제작됐다. 북한이 9·9절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신문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에 이어 5년 만에 열병식과 군중시위, 집단체조 등 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 중앙보고대회에도 참석했다고 밝혔는데, 김 위원장이 9·9절 계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한 것은 그가 2012년 집권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9·9절 행사에서는 명목상으로 국가 수반에 해당하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열병식과 군중시위 연설을 통해 ‘경제 건설’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김영남 위원장이 연설에서 “조선노동당은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다며 일꾼들과 당원들, 노동자들이 “자력갱생정신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사회주의의 전면적 부흥을 위한 경제 건설 대진군을 힘 있게 다그쳐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군인들에게도 ‘경제’를 강조했다. <노동신문> 김영남 위원장이 “인민군장병들은 일당백의 전투력을 더욱 튼튼히 갖추고 나라의 안전과 인민의 창조적 투쟁을 믿음직하게 보위하며 조국이 부르는 경제건설의 주요 전구마다에서 혁명군대의 기질과 본때로 새로운 위훈을 창조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0일 1면부터 4면 중간까지 30여장의 사진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창건 70돌 기념 행사인 열병식과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한 내용을 다뤘다. 4면 하단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대신해 연설한 내용을 담았다. 5면과 6면에는 열병식에서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과 탱크 등 재래식 무기들이 지나가고 빈틈없이 열을 맞춰 서 있는 군중들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42장이나 실렸다.
<노동신문>은 7∼8면에 김 위원장이 집권 뒤 처음으로 참석한 9·9절 계기 중앙보고대회 관련 내용도 보도했다. 대회는 평양에 있는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 대신 보고에 나선 김영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경제를 강조하며 “당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혁명적인 총공세, 경제건설 대진군을 다그쳐 나가야 한다”,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을 이룩하며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신문을 보면 이날 5월1일 경기장에서는 2013년 열린 뒤 4년 동안 중단됐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 ‘빛나는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성대히” 열렸다. 김 위원장은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러시아, 쿠바 등에서 온 특사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체조와 공연을 관람했다.
신문은 11면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리잔수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한 내용도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조중 친선을 끊이없이 강화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정부의 확고한 선택이고 절대 불변의 방침”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진핑 주석과의 합의대로 고위급 인사의 왕래 및 전략적 의사 소통을 강화할 의지를 드러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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