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대화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①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②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②에는 있는데 ①에는 없는 게 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다. 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천지 동반 방문 소식을 전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 21일치 1면 기사의 한 구절이다. ②는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는 <노동신문> 9일치 1면 기사에 나온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호칭은 언제 쓰고 언제 쓰지 않는 것일까? <노동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나름의 ‘규칙’이 발견된다.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소식을 전할 땐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빠진 ‘호칭 ①’을 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세차례 정상회담 보도 때 예외 없이 그랬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차례 정상회담 관련 보도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등 국내 일정은 ‘호칭 ②’를 쓴다.
다만 아직 100% 적용되는 규칙은 아니다. 6·12 북-미 정상회담 보도 땐 ‘호칭 ①’과 ‘호칭 ②’를 혼용했다. 정상회담이 아닌 김 위원장의 다른 나라 주요 인사 접견 때에도 ‘호칭 ①’과 ‘호칭 ②’를 혼용한다.
북쪽 매체의 이런 호칭 사용법과 관련해,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조선로동당 위원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 존재하는 제도와 직책인 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듯하다”고 짚었다. 북한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라는 제도가 없다. 따라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적 호칭’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반려인 리설주 여사의 호칭에도 ‘규칙’이 발견된다. 정상회담 관련은 “리설주 녀사”, 국내 일정은 “리설주 동지”다. 4월27일과 9월18~20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노동신문> 기사를 보면, “김정은 동지께서와 리설주 녀사께서는”이라고 돼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송도원종합식료공장과 원산영예군인가방공장 현지지도 소식을 실은 <노동신문> 7월26일치 1·2면 기사를 보면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동지와”로 돼 있다. 리설주 여사 호칭이 ‘동지→여사’ 또는 ‘여사→동지’로 바뀌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여사’와 ‘동지’를 구분해 쓰는 셈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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