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던 도중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엔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견인해나갈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제조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향후 북한이 누릴 수 있는 경제 발전 등 ‘밝은 미래상 제시’다.
■ ‘수석 협상가’로 나선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서 회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환영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멀지 않은 미래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한-미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변인의 설명을 들어보면 두 정상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계속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①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②완전한 비핵화 시 북한 경제발전 지원 등이 나온 것으로 읽힌다.
■ 북한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는?…“입구에서 종전선언”
이날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내린 완전한 비핵화의 의지를 계속 견인해 나가기 위해 미국 쪽의 상응 조치를 포함한 협조 방안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 상응조처에 종전선언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그동안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 등 비핵화 관련 선제 조처를 취한 데 대한 상응조처로 미국에 종전선언을 요구해온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분 정상은 종전선언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서 심도 있는,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문 대통령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첫 단추이자, 상응조처로서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뒤 대국민보고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겠다라는 정치적인 선언이다”라며 “유엔사의 지위라든지 또는 주한미군의 주둔의 필요성이라든지 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다.…우리는 연내에 종전선언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그 부분을 다시 논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상응조치는 본격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과 함께 입구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라며 “신뢰구축의 첫 단계다. 이야기가 더 잘 진행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상응조치에 종전선언 외에 다른 품목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나아가 대북제재의 부분적, 단계적 해제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해 왔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 일정 부분 어떤 식으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를 오늘 두 정상이 논의했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핵심 관계자는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 북한에 보여줄 “밝은 미래”는 무엇?…“경제 발전”
이날 한-미 두 정상이 회담에서 논의한 북한의 “밝은 미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히 양 정상은 대북 제재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를 이룰 경우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견인하는 방안들에 대해서도 계속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취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고 그럴 경우에 새롭게 바뀐 미국과 북한의 관계 속에서 경제 발전이라든지 여러 가지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비핵화를 촉진해 나간다, 이런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경우 북-미 사이 경제 협력 또는 경제 제재 완화 등을 통해 북한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해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주민들도 이와 같은 잠재력을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국민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함과 동시에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를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면서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 촉진을 위해 북한에 경제 발전과 관련한 밝은 미래상을 제시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구갑우 교수는 “종전선언까지 한 뒤에도 대북제재가 현재같이 유지되는 게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라며 “북한도 그 상태로 만족할 지 의문이다. 종전선언과 더불어서, 미국이 갖고 있는 대북제재의 일정한 완화, 특히 미국이 직접 할 수 있는 독자제재 철회 정도까지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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