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참석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군 현역병의 1.5배(27개월) 기간이냐, 2배(36개월) 기간이냐.
국방부가 주최한 첫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공청회’가 4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려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과 복무 영역 등을 놓고 열띤 논의가 벌어졌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임재성 변호사는 “확립된 국제기간에 따를 때 현역의 1.5배 이상인 대체복무 기간은 징벌적 성격을 지닌 인권침해”라며 대체복무기간을 현역의 1.5배(27개월) 이하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변호사는 그 근거로 ‘대체복무 기간이 무장군 복무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유럽평의회 사회권위원회의 2008년 결정과 ‘프랑스가 대체복무를 2배로 정한 것은 합리적 개관적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1999년 결정 등을 인용했다. 또 독일과 대만, 덴마크, 스페인 등 대부분의 나라가 1.5배 이내를 채택하고 있으며, 핀란드 정도만 2배 이상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7월 여론조사도 현역의 1.5배에 대한 지지가 33.4%로, 2배(28.9%)보다 높게 나왔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최병욱 상명대 교수는 △병역회피수단 악용 방지 △현역병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현역복무의 2배수(36개월) 이상이 되어야 한다. 집과 사회를 떠나 야간 근무와 훈련, 불침번 등으로 하루 24시간 복무하는 현역병의 생활을 감안하면 2배수도 적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또 “실제 그동안 병역거부자 대부분이 특정 종교인이다. 너무 쉽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면 자칫 특정 종교에 대한 수혜가 될 수 있다”며 종교적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복무기간을 적어도 현역의 2배로 엄격하게 하고 그 뒤 점차 시행해가면서 제도가 정착되면 6개월까지 줄여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 진석용 대전대 교수는 “2배는 과도하고 1.5배는 과소하다는 느낌”이라며 “현역의 복무기간에 1년을 추가한 기간을 법정 복무기간으로 하고, 정부의 판단에 따라 6개월의 범위 내에서 단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 대체복무기간이 30개월(18개월+12개월)이 될 것이다. 우선 이렇게 30개월을 시행하면서 점점 줄여가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대체복무제의 복무 분야와 관련해선 민간인 신분으로 근무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비전투분야의 군사 업무에서 근무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엇갈렸다. 먼저 토론회 모두에 국방부 김서영 인력정책과장은 안건 설명을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군 관련 업무는 절대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당사자의 수용성 및 제도 도입의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비전투분야 군사 업무를 대체복무 분야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복무는 군 관할 지역 밖의 것이고 군 지휘 하에 있지 않아야 한다’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1년 결정, ‘대체복무에 대한 모든 통제 및 관할은 민간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군은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어떠한 통제권도 갖지 못한다’는 유럽평의회 산하 베니스위원회의 2011년 결정을 인용하며, “군으로부터 독립한 비군사적 영역에서의 복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이 공동체를 위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체복무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동조했다.
반면 또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지영준 변호사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7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상응하는 대체복무형태는 징별적 성격이 아닌 공익에 기여하는 형태로 ‘비전투적’(non-combatant) 또는 ‘민간적 성격’(civilian character)의 대체복무를 모두 권고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지 변호사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도 2000년까지는 일단 군에 입대를 한 뒤 집총만 거부했다가 그 이후에 군 입대 자체를 거부하는 쪽으로 태도가 더 강경하게 바뀌었다”며 대체복무자들을 집총을 하지 않는 비전투업무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군인이 하고 있는 전사자 유해발굴이나 지뢰제거, 취사 등 비집총 군 복무를 대체복무 형태로 제안하면서, 그렇게 하면서 복무기간을 현역병과 같거나 약간 길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서영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국방부와 법무부, 병무청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실무추진단’의 논의 결과를 전하며 “대체복무제 복무 분야로 1안으로는 교정업무 한 곳과 2안으로 교정 및 소방업무 두 곳을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교정분야의 경우 약 5천명 정도 인력이 소요될 수 있고, 소방 업무의 경우 1200명 남짓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두 기관 모두 대체복무 인력이 투입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신 소방 업무의 경우 현재 의무소방원이 근무하고 있어서 대체복무자를 배치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환자 간병 등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특정 종교의 포교 우려, 무자격자의 복무 등 관리상의 문제로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여서 배제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두루 반영해 이달 말까지 대체복무제에 대한 정부 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애초 9월까지 정부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돼 의견 수렴에 어려움을 겪어 정부 안 확정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국회 입법화 과정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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