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을 남쪽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취재하려던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의 판문점 출입을 정부가 불허했다. 김 기자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출신으로, 통일부에 등록한 <조선일보> 취재 기자다. 판문점은 정전협정에 따른 특수구역이라 정부의 승인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고위급회담 남쪽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종료 뒤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이뤄진 관련 회견에서 “판문점이라는 장소적 특수성,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안을 도출해야 할 첫 고위급회담의 중요성, 좁은 회담장에서 남북 양쪽 언론인이 근접 취재해야 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불가피한 정책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탈북민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기자가 (북한문제와 관련한) 블로그 활동 등으로 북쪽에 알려진 상황”이라며 “탈북민 차별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쪽이 사전에 요구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기자단은 당국회담 때 회담장 내부 등 근접 접촉이 필요한 취재는 정부와 협의해 공동취재단을 꾸려 보도해왔다. 북쪽 지역에서 이뤄지는 당국·민간 행사 때도 남북 협의를 거쳐 공동취재단을 꾸려 ‘대표 방북 취재’를 해왔다.
하지만 공동취재단 구성은 통일부 기자단의 권한과 책임 아래 이뤄지는 일이라, 정부의 ‘특정 기자 불허’는 이례적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기를 꺼리지만, 탈북민 출신 기자가 북쪽 대표단을 근접 취재하는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조처를 두고 언론 자유 침해 논란,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통일부 기자단은 ‘입장문’을 내어 “통일부의 일방적 취재 배제는 부당하다”며 “조명균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기자단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판문점 공동취재단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