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 1일치 1면 갈무리.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 다음주 미국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미 대화가 다시 시동을 걸면서, 제재 문제를 둘러싼 북-미 기싸움도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찾아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1일 <노동신문>이 1·2면에 걸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제재 해제’가 아니라 ‘제재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제재 문제를 입에 올린 일 자체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제재’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월17일치 <노동신문>을 보면, 김 위원장은 당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장을 방문해 “강도적인 제재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고 이 건설 사업의 성격을 규정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5월 첫 방문 때 “명년도 태양절”(2019년 4월15일)까지로 제시한 완공 시점을 8월 방문에선 “다음해 10월10일”(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로 6개월 늦췄다. 당시 미국의 제재 해제 시점이 애초 계획보다 늦춰지리라는 판단에 따른 조처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렇듯 김 위원장의 원산해안관광지구 방문은 올들어 벌써 세번째다. 앞서 <노동신문>은 10월30일치에서 김 위원장의 올해 세번째 삼지연군 현지지도 사실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4대 ‘중요대상건설’을 직접 점검하고 독려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아 “지금 나라 사정이 어렵(다)”면서도 “머지 않아 (원산 명사십리가) 인파십리로 변할 그날이 벌써 보이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31일 금융거래 주의보를 내려, 북한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1일 보도했다.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번 주의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FT)가 회원국 등에게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위험요소로부터 국제사회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에 대응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관련 대북제재 결의의 주요 내용과 함께 미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독자 제재 조치 등을 약 4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앞서 금융범죄단속반은 지난달 21일 동일한 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가 북한을 또 다시 ‘대응 조치’ 국가로 지정한 것을 근거로 미 재무부가 또 다시 주의보를 발표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 유지’ 신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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