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항공대 헬기가 물보라를 일으켜 불법조업을 벌이다 중국 쪽으로 달아나는 어선의 시계를 막고 있다. 목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북 군사당국이 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제3국 불법조업 선박에 대한 정보교환을 재개했다.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 합의에 따라 정보를 교환하다 2008년 5월 중단한 지 10년여 만이다. '9·19 군사합의서'에서 명시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향한 또 하나의 조처다.
남북 군사당국은 이날 오전 9시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통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조업 중인 ‘제3국 불법조업 선박 현황'을 교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최근 남북 군사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과 함께 한반도 평화 구축에 의미있는 조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2004년 6월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이용해 제3국 어선의 북방한계선 일대 불법조업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제3국 어선은 사실상 중국 어선을 가리킨다. 이후 중국 어선의 수와 위치(경도·위도 표시), 조업시간 등을 담은 통지문이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와 북한 남포 서해함대사령부 사이에 오가다 2008년 5월 중단됐다.
남북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에 대한 정보교환을 재개함으로써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남북 함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북방한계선에 바짝 접근하거나 무심코 침범할 수 있어 우발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다. 남북은 앞서 지난 7월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국제상선공통망 운용을 재개하고,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했다.
이번 조처는 향후 서해 평화수역 및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는 조업철에 따라 50~100척의 중국 어선이 몰려들어 치어까지 쓸어가는 바람에 어장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남북은 지난달 26일 제10차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 조성을 논의할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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