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18일 유진벨재단 인세반 회장이 북한에서 펼치고 있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사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에 이어 유진벨재단의 대북 의료 지원 물품에 대해 ‘제재 면제’ 결정을 내렸다. ‘의료 분야’에 한정된 유엔 대북제재위의 ‘제재 면제’ 조처가 앞으로 식량 등 다른 인도적 지원 분야로 넓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진벨재단은 30일 ‘특별공고문’을 내어 “유엔 안보리 산하 1718위원회로부터 지난 2월 처음 제출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 제재 면제 요청이 공식 승인됐다는 소식을 받았다”며 “이로써 (북한) 결핵 환자용 조립식 병동의 모든 부품들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유진벨재단은 북한에서 오랜 세월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해왔다. 재단이 이번에 유엔 제재위원회한테서 북한 반출 승인을 받은 물품은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이 입원 치료에 전념할 기반이 되는 ‘조립식 병동’ 20채 분량이다. 조립식 병동 1채를 북쪽 병원 터에 설치하려면 운송비 등을 포함해 대략 3천만원 정도가 든다. 20채면 사업비가 6억원에 이른다.
재단의 이현아 사무국장은 “이번에 반출 승인된 조립식 병동은 재단이 다제내성결핵 치료를 위해 평양 지역에 지정·운영해온 병원 5곳 가운데 사동병원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아 사무국장은 “재단은 대략 한해 1500여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입원 병동이 부족해 조립식 병동을 지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제내성결핵은 완치에 18개월이 걸린다.
재단은 ‘특별공고문’을 통해 “2019년 봄 방북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서 해당 물품의 수송을 위한 반출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주시고, 물품을 북으로 보내는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히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기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매년 4월과 10월 방북해 치료 사업을 점검·진행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단체에서 반출 승인 신청을 해오면 필요한 조처를 검토하겠다”며 “유엔의 승인을 받은 만큼 재단의 조립식 병동 물자 반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 대북제재위는 유니세프에 의료 장비 등 최소 46만8816달러(약 5억2천여만원)어치에 이르는 인도주의 물품의 북한 반입을 허가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8일(현지시각) 유엔 주재 네덜란드 대표부의 카럴 판오스테롬 대사의 서한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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