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구를 구성·운영해 ‘분단을 고착시키는 평화체제’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통일부 장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5일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주관으로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도 통일분야 국제학술회의’ 기조강연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근 학계에서는 남북체제 인정과 공존에 무게를 둔 평화공존론을 놓고 분단 고착 가능성이 있는 지에 대해 논쟁이 일고 있다.
임 이사장은 “적대관계의 뿌리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 없이는 북핵 문제의 근본 해결이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의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의 협력기구 ‘남북연합’을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국가연합(EU)처럼 ‘남북연합’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고 관리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정세가 정치적 통일을 허용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책은 우선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 남북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면서 평화적으로 공존공영하며,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체제 구축을 지향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0년 전 김대중-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미 시작했고, 지난 10년 중단됐다가 올해 재개됐다는 말도 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의 4대 핵심과제인 △비핵화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발전을 위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 발전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말도 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남북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고, 남북관계 개선 발전으로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올해 남북관계에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국민이 더는 전쟁을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았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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