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의 세부일정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과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침목서명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착공식에서 “통일열망”을 강조한 발언이 “통일연방” 주장으로 와전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조선일보>는 27일치 1면 착공식 관련 기사의 제목을 “북, ‘남 눈치보며 휘청거려선 통일연방 실현 못해’”라고 달았다. 신문은 김윤혁 부상이 착공사를 통해 “남의 눈치를 보며 휘청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이 원하는 통일연방을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한·미공조를 깨고 북한 주도의 연방제 적화통일을 하자는 얘기”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기사에 담았다. 일부 매체도 ‘통일연방’을 <조선일보>처럼 제목으로 뽑거나 비중을 두지는 않았지만, 김 부상이 그런 발언을 한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을 포함한 일부 매체의 이런 보도는,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인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착공식 행사를 현장 취재한 통일부 출입기자단 공동취재단의 ‘현장 취재 메모’를 토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김 부상은 착공식에서 “통일연방”을 입에 올린 사실이 없다. 김 부상의 실제 발언은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 가서도 민족의 뜨거운 통일열망을 실현할 수 없다”였다.
김 부상의 착공사 내용을 취재한 공동취재단의 일원이 ‘통일열망’을 ‘통일연방’으로 잘못 알아듣고 ‘공동 취재 메모’를 작성해 통일부 출입기자단과 공유한 것이다. 김 부상의 착공사 전문이 실시간으로 공동취재단에 제공되지 않은 데다 ,실외에서 진행된 착공식 행사 현장의 어수선함 탓에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공동 취재 메모’ 내용이 교차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보도돼 벌어진 해프닝이다. 다만 착공식 행사를 따로 현장 취재한 방송사 공동취재단은 김 부상의 착공사 장면을 촬영·녹음한 영상을 토대로 김 부상의 “통일열망” 발언을 처음부터 사실에 맞게 보도했다.
‘공동취재단’은, 군사분계선 북쪽 지역과 판문점 등 특수지역에서는 ‘자유 취재’가 불가능한 사정을 고려해 남북 당국 또는 행사 주최 쪽이 합의한 ‘취재 인원’에 맞춰 대표 취재를 한 뒤 관련 취재 내용을 기자단 모두와 공유하는 특수한 취재 방식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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