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하며 ‘조건 없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평양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두 사업을 위해 조건이나 대가를 걸지 않겠다고 한발 더 나간 것은 합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첫번째로 할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공표한 걸로 읽힌다”며 “입장료, 곧 현금을 받지 않고 금강산관광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올해 초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추진할 듯하다”며 “우선 기업인들이 공단 내 자산 등을 현지조사한 뒤 제재 완화 단계에서 실질적 협력을 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표면적으로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를 북쪽에서 어렵게 만들 일은 없다는 것이지만, 남쪽이 제재 돌파 등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압박성 촉구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대북제재 등으로 교류·협력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남쪽에 제재 해제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제재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은 핵·미사일 개발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에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북한은 신년사에서 ‘자주통일’을 강조하며 (통일 방식에 대한) 기존 노선을 부각했는데, 이번엔 ‘평화통일’을 강조한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세차례의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며 북남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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