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4일 구조작전 중이던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비행을 ‘저공 위협비행’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 유튜브 갈무리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에 추적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본의 주장에 맞서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을 지적한 한국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두 나라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쟁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욕설과 비방을 담은 혐오발언도 적지 않다.
국방부가 지난 4일 공개한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방해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한글판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7일 오후 4시30분 기준 174만건을 넘어섰다. 이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찬성, 반대 의견을 의미하는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각각 8만여차례씩 눌렀다. 국방부가 같은 날 공개한 영어판 영상도 조회수가 50만건를 넘어섰다. ‘좋아요’ 또는 ‘싫어요’ 의견도 각각 4만건을 넘었다.
한글판 동영상에는 댓글이 5만7000여개나 올라왔다. 사실관계를 따지는 댓글 사이사이에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욕설이 난무한다. 일부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에 대한 불쾌감을 쏟아낸다. 상당수 일본 누리꾼들은 “거짓말만 하는 나라”라는 식으로 한국을 비하한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한-일 당국 간 협의로 문제를 풀지 않고 동영상을 올리면서 ‘여론전’을 촉발한 배경에는 한-일 관계를 혐오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한다. 강제징용 판결 등 역사 갈등에 대한 불만을 ‘한국은 군사적으로도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 등 한-일 간 역사 갈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 강하게 불만들 터뜨리며 ‘한국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식의 국제 여론전을 벌여 압박하겠다는 걸로 보인다”며 “아베 총리는 주변국에 대한 ‘혐오 프레임’을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이를 통해 방위비를 증액하고 헌법을 개정하려는 의도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한-일 관계가 사실관계를 따지는 동영상 공개와 이를 둘러싼 한-일 누리꾼의 갈등으로 번진 상황은 전례 없다. 국방부는 이번주 중 중국·러시아·프랑스·스페인·아랍어 등으로 제작한 동영상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어서 한-일 누리꾼의 갈등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양 교수는 “지금도 한-일 관계가 정상적이고 건설적인 대화가 오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 각종 외교 사안에 이런 식의 선례가 적용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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