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생약 제조업체인 동인당의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조선은 중국의 발전 경험이 매우 귀중하다고 생각하며, 중국에 많이 와서 시찰과 교류를 하기를 바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한 말이라고 <신화통신>이 10일 보도한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와 사회 발전, 그리고 중국 인민이 분발하여 국가의 부강을 꾀하는 정신과 면모에 대한 인상이 깊다”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여러 분야에서 고위급 호상래왕(상호왕래)을 확대·발전시킬 새로운 계획들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당 고위급 교류” 확대·강화에 합의한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직후인 지난해 5월14~19일 노동당 시도당위원장 중심의 ‘친선관람단’(단장 박태성)을 중국에 보낸 것처럼, 이번에도 고위급 ‘시찰·교류단’ 파견을 예고한 셈이다. 당시 박태성 단장은 시 주석을 만나 “중국 개혁·개방의 경험 학습”을 방중 목적으로 밝혔다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전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이번엔 이런 발화의 주체를 김 위원장으로 격상해 공표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의 실상을 직접 보며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고 전할뿐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조선중앙텔레비전>은 11일 방영한 4차 방중 ‘기록영화’에서 김 위원장의 동인당(퉁런탕) 공장 참관을 상세히 전했다. 방송은 동인당이 “1669년 설립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약방 기업으로 “36개 기지에서 1600여종의 제품을 현대 공정과 수공업 방식을 결합해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고는 김 위원장이 “제약 공정을 주의 깊게 돌아보셨다”고 전했다. 특기할 대목은 <노동신문>이,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새 전략노선을 “적극 지지”한다며 “김정은 동지의 전략적 결심이 정확하다”, “조선인민들의 리익과 시대의 흐름에 부합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사실이다. 김 위원장의 ‘경제 집중 노선’의 정당성을 ‘시 주석의 권위’를 빌려 강조하려는 듯한 보도 방식이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4차 방중 결과 중 북중관계와 관련한 북쪽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시 주석이 방북 계획을 통보했다는 대목”이라며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의 통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 주석이 통보했다는 방북 계획엔 당연히 경제 관련 내용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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