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 둘째)이 지난해 5월30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왼쪽 둘째는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임무 센터장이다. 미국 국무부 제공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워싱턴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접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대화채널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시엔엔>(CNN) 방송은 15일(현지시각) 김 부위원장이 17일 워싱턴에 도착해 이튿날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엔엔>은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열이틀 전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고 이튿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사실을 환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도 고위급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건넬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11월8일 뉴욕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가 김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 불발이었던 만큼,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직행하는 이번에는 면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중국 시각으로 17일 저녁 6시25분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출발하는 워싱턴행 유나이티드에어 UA808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은 17일 오전 10시30분 평양을 출발하는 고려항공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항공기를 갈아타고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비행편은 17일(현지시각) 저녁 6시50분께 워싱턴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한 관료가 미국 내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워싱턴으로 ‘직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 워싱턴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도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민군 차수)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지난해 5월 말 방미 때 목적지를 뉴욕과 워싱턴으로 바꿔가며 3차례 예약과 취소를 반복한 바 있어, 외교가에서는 “이번에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개최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고위급회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확정·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1차 정상회담 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여기는 폼페이오 장관 등 관료들이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의제와 예상 결과물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맞설 경우, 발표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베이징에서 포착된 최선희 부상의 행보는 16일 오후까지 안갯속이다. “스웨덴 국제회의”를 행선지로 언급한 최 부상이 김 부위원장과 함께 17일 워싱턴행 비행기 예약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17일 오후 스웨덴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폼페이오-비건 팀과 김영철-최선희 팀의 ‘2+2’ 협상이 열리거나, 스톡홀름에서 최 부상과 비건 대표가 첫 대면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확인된 사항은 없다. 외교 소식통은 “아직 모든 게 유동적”이라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17일 서울에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만나 3개월 만에 한-중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 결과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김외현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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