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등 논의차 워싱턴에 가기 위해 17일 오후(현지시각) 베이징 공항에서 워싱턴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께(현지시각) 평양발 고려항공(JS2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2터미널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오후 6시 25분 유나이티드 항공(UA808)편을 이용해 워싱턴으로 떠났다. 사진은 항공기 탑승 전 보안 검사받는 김 부위원장. 베이징/연합뉴스
두번째 방미길에 오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해 5월과 달리 ‘미국 국적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직행’해 이틀 이상 머무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김 부위원장은 17일 오후 6시25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 UA808편에 탔다. 지난해 5월 첫 방미 때 베이징발 항공편 예약을 세차례나 바꿨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지난 15일 예약한 비행편을 이용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이 탄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국 국적기다. 첫 방미 때는 중국 국적기인 에어차이나를 이용했다.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오른 김 부위원장이 미국 국적기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하는 것은 최근 북-미 기류를 반영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과거 북-미 관계의 터닝포인트로 여겨졌던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민군 차수)의 방미 때도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해, 미국 땅을 밟는 첫 북한 고위관료가 미국 국적기에서 내리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어디에 묵을지도 관심사다. 조 부위원장은 2000년 방미 당시 백악관 북쪽 600여m에 자리한 메이플라워호텔에서 3박4일간 머물렀다. 16일 오후 찾아간 이 호텔은 겉으로 봐서는 경계 강화 등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호텔 직원들은 ‘북한 대표단이나 국무부 쪽 명의로 투숙 예약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김 부위원장 일행이 탄 워싱턴행 비행기가 베이징을 이륙한 17일 새벽까지도 “발표할 회담들이 없다”며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 관해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미국이 이처럼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8일로 예정됐던 고위급회담이 개최 직전 북한의 요구에 의해 무산된 경험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한국 정부도 언론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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