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미고위급회담대표단을 만나 워싱턴 방문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추정 직함)도 배석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정에 오른 2차 조미수뇌상봉(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실무적 준비를 잘 해나갈 데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하시였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2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 대표단’을 만나 이들의 방미 기간 “회담 정형(사정·형편)과 활동 결과에 만족을 표시”하며 이렇게 밝혔다고 <중통>이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접근 방식, 목표 등과 관련한 구체적 협상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한테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온 훌륭한 친서를 전달받으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중통>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며 “조미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하여 한발한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속도전·일괄타결’보다 ‘공통의 목표 설정 뒤 단계적 접근’에 초점을 맞춘 접근 방식으로 이해된다.
앞서 지난해 5월말 김영철 부위원장의 1차 방미 땐 결과 보고 장면과 김 위원장의 반응, 추가 지시가 북쪽 매체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엔 방미 결과에 대한 김 위원장의 판단을 관영 매체를 통해 직접 외부에 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다. “훌륭한 친서” “선의의 감정” “만족” 등의 어휘 선택이 시사하듯 분위기가 밝다.
<중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고위·실무 협상 과정에서 북쪽 협상단이 견지해야 할 ‘절대적 지침’이라 할 김 위원장이 제시한 “과업과 방향”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보고를 받고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보도에 비춰,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기간에 현안별 구체 협상이 진행되지는 않은 듯하다. 사정에 밝은 고위 소식통은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에 협상을 하러 간 게 아니다”라며 “(비핵화 추가 조처 관련) ‘새로운 제안’을 포함한 김정은 위원장의 일련의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한테 직접 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구상을 듣고 ‘진의’를 파악하는 게 목표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선의의 감정으로 기다릴 것’이라는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제재 문제 등 상응조처와 관련한) 긍정적 메시지가 앞으로 북미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하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긴 듯하다”고 풀이했다.
<중통>이 공개한 보고 사진을 보면, 김영철 부위원장 뒤에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추정 직함)이 순서대로 배석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김혁철·박철 두 사람이 앞으로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실무 간부로 급작스레 떠오른 셈이다. 김혁철 전 대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밝힌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 파트너’로 추정된다. 박철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싱가포르에 파견된 북쪽 대표단의 일원이자 지난해 7월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계기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담 때 배석했다. 통전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와 2010~2016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동포 담당 참사’로 일하며 북-미 교류에 깊이 관여해온 ‘미국통’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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