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금강산 지역에서 열리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참가하는 남쪽 대표단을 태운 버스 행렬이 12일 동해선 도로를 통해 북쪽 금강산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산 지역에서 12~13일 열리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 새해맞이 연대모임’(연대모임)라는 이름의 남북 민간 교류 행사에 동행한 취재진이 노트북과 (방송용 또는 고성능) 카메라 등 취재 장비를 가져가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이유로 취재 장비 반출에 동의하지 않은 탓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미국과) 관련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이번 행사에는 (취재장비) 반출이 안 되는 것으로 됐다”며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협의 중”이라는 말로 ‘미국의 제동 때문 아니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을 피해갔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과 관련한 방북 때 노트북을 가져가지 못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경의선(11월30일~12월5일)과 동해선(12월8~17일) 철도 북쪽 구간 공동조사 때도 남쪽 조사단은 노트북을 가져가지 못했다. 북한 등 테러지원국에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넘게 포함된 제품을 반출할 때 반드시 승인을 거치도록 한 미국 정부의 수출관리규정(EAR)이 노트북 반출을 가로막은 셈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잣대가 일관성이 없이 ‘제멋대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포괄적 제재 면제 조처를 받은 지난해 8월 금강산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물론이고 지난해 10월4~6일 평양에서 민·관 합동 행사로 치러진 ‘10·4 정상선언 11돌 기념 민족통일대회’ 때도 방북 취재단은 취재 장비를 가지고 갔다.
이런 선례가 있는 탓에 이번 금강산 동행 취재단의 취재 장비 반출 불허에 임박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일이 ‘언론자유 탄압, 표현의 자유 제약’으로 비화할까 우려한 탓인지 “(방북 취재 때 취재 장비 반출과 관련한) 일관된 기준을 정리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첫 남북 민간교류 행사인 이번 금강산 행사에는 7대 종단과 시민사회단체, 양대 노총, 여성·청년·농민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로 꾸려진 대표단 213명과 취재진 10명을 포함해 251명의 남쪽 인원이 참여했다. 연대모임 공동대표단장을 맡은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은 서울 출발에 앞서 경복궁 주차장에서 한 기자회견 때 “3·1운동 100년을 앞두고 민족의 혈맥을 다시 잇고자 고심분투하는 모든 국민을 대신해 이번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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