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금강산호텔에 도착,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12~13일 금강산 지역에서 진행된 올해 첫 남북 민간 교류 행사에 동행한 한국 취재진의 노트북 등 취재 장비 휴대 불허 조처는 유엔사령부의 ‘우려’ 표명과 통일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취재 목적의 노트북 휴대 방북·귀환은 남북교류협력법은 물론 미국 국내법에도 ‘반출 금지’ 규정이 없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노트북 휴대 방북을 불허한 셈이다.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이는 까닭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금강산 행사 동행) 기자단의 취재 장비 반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해왔으나 (미국 정부와) 관련 협의가 행사 이전에 완료되지 않아 어렵게 됐다”고 거듭 밝혔다. 백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한-미 간에 크게 이견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협의 부족’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주 금요일(8일) 이후 금강산 행사와 관련한 한-미 양국 정부의 협의 과정에서 유엔사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미 국무부 쪽에서도 ‘한-미 워킹그룹 회의’ 차원의 충분한 사전 협의 부족을 이유로 불만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유엔사 쪽의 우려 표명과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게 전략물자의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미국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이다. 이 규정은 국가별 ‘허가예외사항’ 또는 ‘임시수출이전’ 규정으로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범주를 설정해놨는데 이 또한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예외가 있다. “공인된 미디어에 속한 자가 뉴스 수집 목적의 물품을 북한에서 임시사용하려 할 때 해당 물품을 실질적·물리적으로 통제하면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허가 없이 허용된다”는 규정이다. 취재 장비 목록을 전자우편으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보내기만 하면 된다. 승인·허가는 필요 없다. 대북 제재 전문가인 김광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미 상무부 수출관리규정에 따르면 뉴스 제작 장비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도 임시로 북한에 가져갈 수 있다”며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정책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마지막 대북제재 결의 2397호(2017년 12월22일 채택) 7조에서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 “산업용 기계류(HS 코드 84, 85)”를 노트북 반출 불허의 근거로 제시하지만, 취재진의 취재 장비는 판매·이전 목적이 아닌 현지 취재 뒤 휴대 귀환을 전제한 것이라 설득력이 낮다. 실제 다수 외국 언론사의 방북 취재 때 이를 근거로 노트북 등 취재 장비 휴대 방북을 금지한 전례는 알려진 게 없다. 더구나 지난해 5월24일 한국 등 5개국 취재진의 풍계리 핵시험장 폭파 현장 취재, 지난해 10월4~6일 평양 ‘10·4 정상선언 11돌 기념 민족통일대회’ 등 때에도 노트북을 포함한 취재 장비 휴대 방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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