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8일 두 정상의 업무 오찬이 취소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김정은 위원장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북한 수행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하노이 공동성명’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돌아갔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부터 시작될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위해 하노이에 남았다.
김 위원장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실무오찬과 공동성명 서명식이 취소된 직후인 오후 1시반(현지시각)께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호텔 앞 도로는 여전히 통제된 상태였다. 소총을 맨 공안들은 거리 곳곳에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들어간 뒤 여러 시간이 지났지만, 김 위원장은 물론 북쪽 대표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정상이 처음 만난 27일, 그리고 회담 둘째날인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회담장을 점검하려는 북쪽 실무진들, 경제시찰에 나선 북쪽 참모들이 승합차를 타고 바쁘게 오가던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했다. 아직 해가 질 때가 아닌데 서둘러 어두워진 느낌이었다. 공기는 습기로 가득 차 무거웠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식도 하지 못한 채 회담이 마무리됐지만, 하노이 시민들은 여전히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호텔 주변을 오고 갔다. 12살, 15살이라는 두 베트남 소년은 빨간 간이 의자까지 가지고 나와 2시간 넘게 인공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간을 보냈다. 여긴 어쩐 일로 왔느냐고 묻자 “김정은과 트럼프를 보기 위해서 왔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한 쪽에서는 “취재진에게 무료로 선물을 나눠드립니다(free gifts for reporters)”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다니며 기념품을 나눠주는 시민들도 보였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그려진 기념 주화 모양 자석이었다.
김 위원장이 오후 내내 두문불출하는 상황이었지만 취재진들의 카메라는 여전히 호텔 입구를 향한 채 대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11일 저녁 갑자기 밖으로 나와 싱가포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본 바 있다. 취재진들은 김 위원장이 밤 산책을 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호텔 주변을 지켰다. 일부 기자들은 바닥이나 간이의자, 사다리 등에 걸터 앉아 기사를 보내거나 마이크를 들고 호텔 주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진 28일 베트남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공식 친선방문이 3월1일부터 2일까지 이뤄진다고 재확인했다. 환영행사,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의 회담, 전쟁영웅·열사 기념비와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묘 헌화 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기대했던 합의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이틀밤을 더 보낸 뒤 북쪽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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