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s leader Kim Jong Un (L) travels in a vehicle following the second US-North Korea summit in Hanoi on February 28, 2019. (Photo by JIJI PRESS / JIJI PRESS / AFP) / Japan OUT/2019-02-28 17:11:14/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결렬’이라는 당혹스러운 결과에 맞닥뜨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하노이와 평양 어느 곳에서도 반응이 없다. 침묵이다.
일단 김 위원장의 행보를 가늠할 잣대는 두가지다. 첫째, 1일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과 방향이다. 둘째, 김 위원장이 1~2일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내놓을 발언이다.
때이른 감이 있지만 북한 읽기에 밝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오던 길을 계속 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백악관 대변인)는 28일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에 실마리가 있다. 미국 변수와 북한 변수가 두루 있다.
첫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언이다. 그는 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잘라 말했다. 북쪽이 ‘한·미 양국의 도발’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쪽이 군사 도발 등 대결적 태도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둘째, 대북 제재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를 더 강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미 제재가 굉장히 강력해 더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곤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그건 나한테도 중요한 문제”라거나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로 내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들의 관점도 일리가 있다”는 첨언은, 명백히 김 위원장을 의식한 것이다.
셋째, 김 위원장이 회담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회담 결렬’에도 지난해 2월 평창겨울올림픽 이후 지속돼온 한반도 ‘평화 정세’의 궤도를 먼저 이탈할 생각은 없다는 함의가 있어서다. 김 위원장이 예정대로 베트남 방문 일정을 진행한다는 베트남 외교부의 발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터라, 급격한 방향 전환은 자칫 ‘리더십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노동신문> 등을 통해 “애국헌신의 대장정”이라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하노이행’의 알짬인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권력층과 인민의 동요를 막으며 내부적으로 소화하는 일이 당장 꺼야 할 ‘급한 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결렬 상황을 갈무리할 북-미 추가 협상의 조기 성사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선택지’를 가다듬는 과정에서 “언제나 두 손을 굳게 잡고 함께하겠다”(2018년 9·19 평양 정상회담)고 다짐한 문재인 대통령, “한 참모부”(2018년 6월 3차 방중)를 선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공개·비공개리에 긴밀히 협의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귀로에 시 주석을 만날지도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