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와 가까운 북한 국경도시이자 경제특구가 있는 라선 항구에 2017년 11월 부한 선박이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북한과의 해상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목록에 한국 선박 1척을 포함한 세계 각국 선박 95척의 이름이 올랐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되면서 북-미 대화가 멈춘 상태에서 미국이 국제사회에 제재를 철저히 준수하라는 주의환기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누리집에 북한 선박과의 정제유·석탄 불법 환적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및 각국의 선박 95척의 이름을 올렸는데, 이 명단에는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의 한국 선적 선박 한 척도 포함됐다. 외교부는 “미측은 불법 유류 해상환적 및 북한산 석탄 수출을 막기 위한 권고조치와 함께 의심 선박 목록을 발표, 관련 기관 및 기업들에게 적절한 주의를 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선박(루니스호)은 그간 한-미 간에 예의주시해 온 선박이며,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확인한 결과 루니스는 5400톤급 유조선으로 주로 동남아 지역을 운항한다. 이 선박을 두고 한-미가 “예의주시”했다는 의미는 미 재무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한-미 당국 간 정보 교환이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로부터 해당 선박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았다고 전해진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해당 선박이 (한국 항구에) 들어와서 검색을 했다”며 “(선박이) 들어오면 검색하고 유엔 결의를 위반했는지 따져본다. 미국에서도 주의보를 띄웠으니 더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미 재무부가 발표한 지침에 대해서 국내 업계에 주의를 촉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유엔 제재에 틈을 만드는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사회 전반에 ‘제재를 유지해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나올 수 있다’는 주의환기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한국 선박이 포함되긴 했지만 한국에 직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기보다는 국제사회, 특히 중국에 대한 경고성이 크다”라고 짚었다. 미 재무부가 같은날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두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는데, 한국 선적 선박은 제재 명단이 아닌 ‘의심 선박’ 명단에 오른 만큼 한국에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긴 무리라는 얘기다. “한국 정부에도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의견도 있지만, 이날 외교부는 “미 재무부는 2018년 2월 북한의 불법 해상활동 관련 주의 환기를 위해 △북한의 제재 우회수법 △의심선박 목록 △권고조치 등을 포함하는 지침을 발표했으며 이번에 발표된 것은 같은 지침을 갱신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노지원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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