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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뉴스분석]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3가지 키워드는?

등록 2019-04-14 16:05수정 2019-04-14 20:55

최고인민회의 47분 시정연설 중 15% 대미 메시지
3차 정상회담·공유 가능 방법론·올해 말 시한 핵심
회담 뜻 밝히면서도 ‘하노이 방식은 안 된다’
싱가포르 6·12 성명으로 돌아가 신뢰 구축 강조
‘올해 말’로 시한 설정…‘제재 해제 매달리지 않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평양/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제3차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둘째 날인 12일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라고 단서를 달아 협상 의지를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는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을 설정했다. 연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위원장이 북쪽의 요구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대신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자고 해, 북-미 사이 절충의 여지를 열어둔 대목은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14일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담긴 대미 메시지의 열쇳말은 결국 ‘3차 정상회담 용의’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과 ‘올해 말까지’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원고지 115장, 1만4801자, 47분 분량)에서 북-미 관계 관련 언급이 15% 안팎에 이를 정도로 대미 메시지의 비중이 높다.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이 공개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트위터에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2월27~28일) 이후 신경전을 펼치던 양쪽의 물밑 대화가 시작될 날이 머지않았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은 ‘3차 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하노이 방식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노동신문>이 13일치 1~3면에 펼쳐 보도한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의 협상 태도와 방안을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이자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곤 하노이 때 미국의 접근법은 “전혀 실현 불가능한 방법”이라며, 그리해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며 저들의 잇속을 하나도 챙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김 위원장은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3차 정상회담’을 가능케 할 대안적 경로로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2018년 6월12일)의 결과물인 ‘6·12 공동성명’ 이행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6·12 공동성명을 “적대관계에 있던 조·미 두 나라가 새로운 관계역사를 써 나간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역사적 선언”이자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의 이정표”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신뢰 구축”이 “조-미 적대관계 해소의 기본 열쇠”라고 강조했다. “쌍방이 일방적 요구조건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6·12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단계와 경로”를 “쌍방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게 설정”해 “진중하고 신뢰적인 조치들을 취할 결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이것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요구조건을 내세우지 않는 방식으로 ‘절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풀이를 낳는다.

김 위원장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여전히 외면”하는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유독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동력으로 한 ‘톱다운 방식’을 앞으로도 지속하고 싶다는 메시지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앞으로 대미 협상 과정에서 서두르지도 먼저 양보하지도 않겠다며 ‘장기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기 ‘제재 해제’를 바라는 마음에 하노이 회담을 서둘렀다는 간접 고백이다. 그러곤 “우리와 미국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돼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우리의 힘으로 부흥의 앞길을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안으론 조기 제재 해제를 기대할 수 없으니 “자력갱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독려 메시지다. 밖으론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제재 해제를 직접 연동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다만 이는 북쪽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거나, 핵심 의제를 ‘안보 문제’로 바꾸겠다는 뜻은 아니리라는 분석이 있다.

“올해 말까지”라는 시한 설정은, ‘제재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김 위원장의 ‘안전장치’다. 연말이 지나면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는 경고이자,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라며 미국에 신속한 협상 태도 전환을 촉구한 것이기도 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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