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7일 오후 7시(한국시각 밤 9시)부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2차 정상회담의 문을 여는 ‘친교 만찬’을 시작했다. 참석자는 시계 방향으로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이연향 통역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리용호 외무상,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신혜영 통역관. 하노이/AFP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대북 강경 발언을 강하게 맞받아치며 미국의 대북 ‘대표 협상 창구’ 교체 필요성을 에둘러 제기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국장은 “미국과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나는 폼페오(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의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뿐”이라고 밝혔다고 18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권정근 국장은 <중통> 기자와 문답 형식을 빌려 “일이 될만 하다가도 폼페오만 끼여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가군 하는데 내가 우려하는 것은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북-미 협상의 미국 대표 창구를 폼페이오 장관에서 다른 이로 바꿔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만 북쪽의 대미 협상 창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실명 담화,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 공식성이 강한 방식을 피한데다 권 국장이 주장의 주체를 “공화국(북한)”이 아닌 “나”로 한정한 점에 비춰 ‘공식 교체 요구’로 해석하기에 아직은 무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북쪽이 앞으로 ‘폼페이오 교체 요구’를 공식화한다면 북-미 협상 등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대외정책의 총괄 책임자여서다.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폼페이오와 볼턴의 대북 발언이 점점 강경해지니 그에 밀리지 않겠다는 말싸움, 기싸움의 성격이 강하다”면서도 “말싸움이 더 거칠어져 실제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구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선희 제1부상도 3월15일 평양 주재 외국공관장들을 상대로 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설명회에서 “미 국무장관 폼페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권 국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미 입장에 담긴 뜻”을 “미국은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떠민 근원, 비핵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 손으로 올해 말까지 치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연말 이전에 바꾸는 등 ‘미국이 먼저 움직이라’는 얘기다.
다만 권 국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김정은) 위원장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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