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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내 학문 동반자 ‘서동만’ 토론하고 싶어도 없다”

등록 2019-06-03 20:30수정 2019-06-03 20:40

박사논문 지도한 와다 하루키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 주제발표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 첫째)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열린 ‘고 서동만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에서 ‘초기 북조선사 연구에 있어 서동만 연구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와다 교수는 고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석박사 학위과정 지도교수였다. 이제훈 기자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 첫째)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열린 ‘고 서동만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에서 ‘초기 북조선사 연구에 있어 서동만 연구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와다 교수는 고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석박사 학위과정 지도교수였다. 이제훈 기자

“서동만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그의 (박사학위)논문이 나온 지 2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연구는 고전적 가치를 잃지 않았다.”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열린 ‘고 서동만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에서 이렇게 회고·평가했다. 한국의 대표적 북한연구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이던 고 서동만 전 상지대 교수가 폐암 투병 끝에 2009년 6월4일 숨을 멈춘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외교안보 좌장’을 시작으로 현실에 발을 들여,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과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2003년 4월~2004년 2월)을 지냈다.

와다 교수는, 북한대학원대학교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단과 북한연구학회가 공동 주관한 추모 학술회의에서 “초기 북조선사 연구에 있어 서동만 연구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와 서동만은 석·박사 학위 과정 지도교수와 제자 사이다. 그렇게 10년의 절차탁마 끝에 나온 게 서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인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 성립 1945~1961’이다. 2010년 선인 출판사가 1047쪽짜리 ‘벽돌책’ 단행본으로 펴냈다.

와다 교수는 이 학위 논문을 “초기 북한사에 관한 한국 최초의 학문적 연구”이자 “북한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고전적 업적”이자 “북한 사회주의체제 성립을 명확히 규명한 획기적 업적”이라 평가했다. 자신의 대표적 북한 연구 성과인 <북조선:유격대국가의 현재>(이와나미서점, 1998년)를 “서동만의 논문을 기초로 해서 썼다”고 밝혔다.

둘의 관계는 각별하다. 와다는 서동만을 자신의 “한국인 유학생 1호”이자 “나와 공동으로 북한사 연구를 시작”한 학문의 동반자로 기억했다. 서동만은 생전에 와다 교수의 지도를 받은 게 “평생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회고한 바 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전력이 있는 요주의 대상자”이던 서동만의 이런 선택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렀던 1986년 “신군부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위험한 일이었다. 당시 와다 열성적인 한국 민주화운동 지원 탓에 한국 입국 불허 대상 ‘반한파’ 인사였다. 와다가 서동만의 앞날을 걱정해 “정치 상황을 보건대 현명한 선택일 수 없다”며 오히려 만류한 까닭이다. 와다는 이날 “토론을 하고 싶어도 서동만은 이제 더는 없다”고 한탄했다.

3일 열린 ‘고 서동만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 다섯째)과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 여섯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 셋째), 최완규 신한대 탈분단경계연구소장(왼쪽 다섯째),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왼족 여섯째) 등이 고인을 추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3일 열린 ‘고 서동만 교수 10주기 추모 학술회의’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 다섯째)과 와다 하루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오른쪽 여섯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 셋째), 최완규 신한대 탈분단경계연구소장(왼쪽 다섯째),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왼족 여섯째) 등이 고인을 추모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서 교수의 학문적 동료이자 후배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서동만이라는 이의 ‘부재의 존재감’을 느낀다”며 “동만이 형님이 많이 그립다”고 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1950년대에 대한 서동만 선배의 새로운 해석은 지금도 북한을 바라보는 지평을 넓혀준다”고 ‘학자 서동만’을 회고했다. 앞서 ‘서동만저작집간행위원회’는 ‘서동만 저작집’ <북조선연구>(창비, 2010년) ‘간행의 말’에서 “서동만의 연구들은 1960년대 북한의 공식 역사에서 사라진 자기 성찰의 단서들을 1950년대, 이른바 ‘패배한 백화제방의 시기’에서 찾는다”고 짚었다. ‘연구자 서동만’이 도쿄의 구석진 방에서 숱한 불면의 밤을 바쳐 발굴·분석한 1950년대 북한의 각종 문헌에 북한의 ‘대안의 길’을 모색할 ‘먼저 온 미래’가 있다는 뜻이다.

글·사진/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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