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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왜 ‘WFP 통한 국내산 쌀 5만톤 지원’일까

등록 2019-06-19 17:29수정 2019-06-19 19:33

문재인 대통령이 5월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월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 대해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 제공

정부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국내산 쌀 5만t 대북 지원 발표는 무엇보다 “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북한의 식량난에 따른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에 따른 조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선의의 마중물’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는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대북 영양지원·모자보건 사업 남북협력기금 800만 달러 지원’(6월11일 송금 완료)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 지원’ 사이에 있을지 모를 ‘긴 공백기’의 악영향을 줄이려는 징검돌 놓기이기도 하다.

정부는 19일 “북한에 대한 추가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는 금번 지원 결과 등을 보아가며 추구 결정하겠다”고 짐짓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론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 지원’ 원칙을 세워뒀다고 전해진다. 앞서 정부는 5월1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국제기구(세계식량계획)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검토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대북 직접 지원’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열어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국내산 쌀 5만t’ 지원 방침을 밝히며 “우선”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다.

정부는 이날 대북 식량 지원이 필요한 이유로 “①‘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북한 식량난 ②동포인 북한 주민(인민)이 겪는 생존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음 ③남북 화해협력과 동질성 회복 기여 ④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무관 ⑤북-미 간 신뢰와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 등 5가지를 꼽았다. ‘다목적 지원’이다.

정부가 대북 직접 지원이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카드를 12년 만에 꺼낸 배경엔 무엇보다 유엔·미국 등의 고강도 제재와 그에 따른 ‘운송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은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옥수수 1만2천t, 콩 1만2천t, 밀 5천t, 밀가루 2천t, 분유 1천t’을 지원한 게 마지막이다. 식량 지원은 물량이 많아 육로가 아닌 해상운송이 불가피한데, 운송 선박과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결정’을 얻어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서기보다 유엔 산하 인도주의 기구이자 지금도 북한에서 활동하는 세계식량계획이 ‘제재의 벽’을 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정책 판단이 깔려 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베트남·타이·중국산 쌀이 아니라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한 데에는 국내 농민·농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정책적 고려와 함께, 농촌을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의 암묵적 지지를 얻어내려는 정무적 고려도 깔려 있다.

국내산 쌀은 재고가 130만t에 이르고, 한해 창고 보관료만 4800억원이 넘어 재정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고 농민의 불만도 높다. 국내산 쌀 5만t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통일부가 원활한 대북정책 수행을 위해 관리·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과 국내 농업·농민 지원 목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운용하는 ‘양곡관리특별회계’(양특회계)에서 충당한다. 대북 지원이자 국내 농업·농민 지원 정책이어서다.

정부는 이번 지원을 징검돌 삼아 아주 머지않은 적절한 시기에 ‘국내산 쌀 대규모 대북 직접 지원’ 카드를 꺼내 여론 영향력이 큰 이산가족문제 진전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촉매로 활용하리라 예상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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