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실명제안 국회 계류
금산법 개정안=박영선법, 국적법 개정안=홍준표법…
입법실명제안 국회 계류…정책 책임성 강화 기대
일부선 “정보 제공이 먼저”
입법실명제안 국회 계류…정책 책임성 강화 기대
일부선 “정보 제공이 먼저”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의 홈페이지를 열면 팝업창이 두 개 뜬다. 하나는 연말이면 나오는 후원금 모금 알림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발의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한 감사 글이다. 재선인 최 의원은 16대 국회 때부터 이 법의 제정에 매달려 왔다. 법안 통과 뒤에도 인터넷과 전자우편, 의정보고서 등을 통해 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상표)인 셈이다. ‘국회의원 아무개’하면 연상되는 법이 있다. 물론 법안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얻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사람에 대해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 때부터 ‘홍준표 법안’으로 불린다. 한나라당 소속인 홍 의원이 낸 이 법안은 지난 5월 통과될 때까지 여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을 밝히도록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3선인 김 의원은 지금까지 발의한 법안이 손가락으로 꼽히지만, 이 법은 1996년 처음 당선된 뒤 그해부터 발의했고, 4번의 발의 끝에 20일 열린우리당 당론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금산법) 개정안이 거론될 때마다 이름이 등장한다. 이밖에도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법안은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 사형제 폐지법안은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은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의 상표가 되고 있다. 후원금 모금을 엄격하게 규제한 현행 정치자금법은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의 이름을 따 ‘오세훈 법’으로 통한다. 미국의 경우, ‘게파트법’(무역보복법), ‘샤베인-옥슬리법’(회계개혁법)처럼 입안 주도자의 이름으로 법안을 부르는 게 관행으로 정착돼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엔 아예 법안 명칭에 주도 의원의 이름을 넣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장복심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4명은 지난해 9월 제정 법률안이나 전부개정 법률안의 경우, 법 이름에 대표발의자의 이름을 넣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장 의원은 “법안을 졸속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 이름을 법 명칭으로 기재하게 된다면 입법 과정이 보다 신중해지고 정책 결과에 대한 책임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미국식의 입법실명제가 활성화하려면 법안의 정책적 의미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한 정보가 먼저 제공돼야 한다”며 “문화적으로도 과연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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