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의 미국담당 국장이 북-미 협상이 재개되려면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미 대화는 남쪽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27일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여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는 ‘3가지 조건’을 거론한 ‘담화’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26일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라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됐다.
권 국장은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라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9일 방한을 앞둔 상황에서 대남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만 논리상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미 정상의 ‘공동 여정’으로 진행돼온 한반도 평화 과정의 근본 흐름에 대한 부정이어서 북쪽의 의도가 주목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후 공개된 <연합뉴스> 등 세계 6대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미 정상이 함께 걷는 긴 여정”이라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발언의 주체가 미국담당 국장이라 메시지의 주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풀이했다.
노지원 이제훈 기자 zon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문정인 특보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