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가 2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가 28일 발표했다. 6·12 싱가포르 합의의 동시·병행적 이행은 그동안 북한이 꾸준히 주장한 내용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하노이 회담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보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 남짓 협의했다. 오후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1시간 가까이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지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데 뜻을 모았다.
협상 상황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싱가포르 합의 사항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있다는 말로 읽힌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소식통도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할 의지를 표시하고, 하노이 회담 때와는 달리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고 보인다. 다소 전향적인 입장 변화다”라고 짚었다. 미국이 당장 입장을 바꿔 북한이 요구하는 ‘영변 핵 시설 폐기 대 제재 완화’ 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협의할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이다.
협의 상황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날 협의에서 한-미는 현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입장 등 현 정세에 대한 평가와 분석을 비롯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engage)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북-중, 북-러 관계 등 최근 북한의 외교 동향, 비핵화-상응조처 협상의 성공을 위한 중·러 등 주변국과의 협력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한 정부 당국자는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 같다”고 전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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