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김미정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이사장이 9일 낮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한겨레통일문화상시상식에서 시상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촛불혁명 이후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만들려는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이 빛나는 이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9일 제21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김미정 이사장의 수상 소감이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지난해 11월 평양에 있는 병원과 제약공장 등 보건의료시설을 방문했다. 당시는 북한이 당국 간 대화에 집중하느라 민간교류의 문호를 좁혔던 때라 이 단체의 이례적 방북은 눈길을 끌었다. 김 이사장은 “북측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난해 방문을 허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까지 북한과 교류협력사업을 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북한 보건의료제도를 연구하고 자료를 살펴 책을 내기도 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의약품을 보내 북녘에서 어린이 건강을 살피고, 병원을 짓는 사업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오래된 병원은 시설을 개보수하고 필요한 병원이 있다면 건축부터 내부세팅까지 한다. 만경어린이종합병원 건립, 철도성병원 및 철도위생방역소 현대화사업, 대동강구역병원 현대화사업, 제약생산설비와 원료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는 남북의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에 가치를 둘 때 평화와 통일은 조용히 다가올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보건의료인들이 처참한 북한 기아 현실을 접했다. 이들은 ‘동포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모금캠페인을 계획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활동의 시작이었다. 당시는 ‘북한을 돕자’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나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대가 덜한 어린이 의약품 지원에 집중했다. 김 이사장은 “1997년에는 북한어린이살리기운동본부였는데, 북측과 협의 중 ‘이름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있어 내부 논의를 거쳐 2001년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의약품 지원은 남북을 잇는 평화의 끈이며, 특히 통일 후 함께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는 북녘 어린이들의 영양부족과 각종 질환으로 인한 남한 어린이와의 심각한 신장 차이로 미래의 또 다른 갈등이 생기지 않기 위해 그 차이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국내외 조사 결과를 보면 남북 청소년 키 차이가 15cm가량 난다고 한다. 같은 민족인 남북 어린이와 청소년이 다른 인종처럼 보일 수 있다.
영양이 결핍된 어린이들이 생존하더라도 이들의 생애 전 과정에 나쁜 영향을 미쳐 만성질환에 취약하게 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정치나 경제 쪽에서 남북관계가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남북 주민 사이 ‘몸과 마음의 분단’이 굳어질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단순 대북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남북보건의료협력센터를 두어 북측과 지속적인 보건의료사업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2003년 이라크 어린이에게 의약품 전달하고 태국내 미얀마 난민을 돕는 등 국외에도 보건의료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면 인도적 지원을 펴고 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