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01 08:31 수정 : 2020.01.01 20:50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월1일 보도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중통은 김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7기5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
전원회의 결과에 “미국” 단어 21차례 등장

미 대북 적대시 정책 지적하며
“적대적 행위와 핵 위협 공갈이 증대”되는데
“경제 성과와 복락만 보고 미래 안전 포기 못해”

경제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멈추면
북한 또한 태도 바꿀 가능성도 내비쳐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월1일 보도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중통은 김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마무리하며 경제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새해 첫날인 1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5면에 걸쳐 보도했다. 북-미 관계의 향방은 물론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 행위 여부도 미국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고 공을 넘긴 셈이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면서 도발적 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진행된 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 사실과 그 내용을 전했다.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결정서 발표로 신년사를 대신했다. 1986년 김일성 주석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12월30일)로 이듬해(1987년) 신년사를 갈음한 사례가 있지만, 김 위원장이 내부 정치행사로 신년사를 갈음한 것은 집권 뒤 처음 신년사를 한 2013년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드러난 북한의 입장은 일단 미국 주도의 제재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므로 이에 견딜 수 있도록 자체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방력 강화’를 또 다른 중심 축으로 내세웠다. 국방력 강화의 핵심은 ‘전략무기 체계’인데 2017년 완성을 선언한 ‘핵 무력’을 포함해 2019년 5∼11월 북한이 선보인 전략 무기 ‘5종 세트’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이 메시지의 수위를 상당히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 시한’을 전후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까지 나오던 상황에서 미국의 태도에 따라 북한이 나아갈 방향이 확정된다는 식의 ‘열린 결론’이 나온 것은 북한이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는 해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월1일 보도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중통은 김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내린 결정 내용은 ‘대미 메시지’ 발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이라는 단어 21차례나 등장한다. 전체 1만8000여자 분량인대, 상정된 네 가지 의제 가운데 ‘조성된 대내외 형세 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라는 첫 의제에만 1만4800여자가 할애됐다. 조직 문제(인사), 당 중앙위 구호집 수정·보충, 당 창건 75돌 기념 문제 등은 나머지 2500여자에 간략히 담겼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말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이래로 지난 수개월동안 “혹독하고 위험천만한 격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첨단무기”, “전략무기” 체계 개발 등 “자주권”, “생존권”을 위한 “국방력 강화”를 이뤘다고 했다. 이러한 국력 강화가 “주변 정치 정세의 통제력을 제고”하고 “적들에게는 심대하고도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 곧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했다. 북-미 관계를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이라고 규정하고, “제재 압박을 무력화 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 돌파전을 강행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정치·외교적, 군사적으로 뒷받침 하기 외한 “외교 전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략”, 자주권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공세적인 조치들”을 강조했다. 이 조치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 나오진 않았다. 다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것이 목표라면서 이제 곧 “(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표현이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지만 ‘핵 억제력’을 뜻한다고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략 무기라고 하더라도 (핵이라는) 구체적인 도발적 언사를 쓰지 않으면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상황 악화에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며 “대외 환경이 국내 경제 상황에 미칠 영향도 우려한 것 같다”고 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대내적으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의도 같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도 유효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조선중앙통신이 2020년 1월1일 보도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중통은 김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자신들이 새로운 전략 무기를 개발하게 된 핵심적 이유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대화 국면이 조성된 2018∼2019년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중단)을 선언하고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했음에도 미국이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여전히 실시하고, 한국에 첨단 무기를 팔며, 10여차례 독자 제재를 취하는 등 “공화국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하기 위한 도발적인 정치군사적, 경제적 흉계를 더욱 노골화”했는데 “지켜주는 대방(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는 논리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국가의 근본이익과 배치되는 요구”를 하고 “강도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이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동결 △비핵화 최종 상태 정의 △로드맵 등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처가 사실상 ‘선비핵화’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다만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 무기 개발과 관련해 ‘조건’을 내세웠다. ①“미국이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 ②“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로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는 식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해제될 경우 다시 전략무기 개발 등을 멈출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핵 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핵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것이 미국의 태도의 달렸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조선중잉통신은 김 위원장이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거나 “막다른 처지에 빠져”든다고 경고했다. “대화 타령”을 하면서 “시간 벌이”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면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에 결코 굴복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위기와 기회가 여전히 공존한다”며 “올해 한-미 연합훈련 시행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