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1 20:50
수정 : 2020.01.0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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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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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대신 전원회의 결과 보도
트럼프 “비핵화 약속 지킬 것 믿어”
북미 관계 “자력갱생-제재 대결” 규정
미 압박 정면돌파 의지
북, 경제제재 장기화에 대비
자력부강·국방력 강화 강조
‘새로운 전략무기’ 언급에도
직접적으로 ‘핵’ 표현은 안 써
미 변화 압박하며 대화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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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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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핵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조선(북한)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에 따라 대응 방향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면서,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세상은 멀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31일(현지시각)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며 전략적 군사 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 제7기 5차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의 보고와 종결 연설, 결정서 내용 등을 1~5면에 걸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없었다.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전례없이 12월28~31일 나흘에 걸쳐 전원회의를 ‘지도’한 끝에, 회의 결론을 집약한 “전당, 전체 인민의 투쟁구호”로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를 채택했다.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라며 “자력갱생과 제재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고는 “조미 간의 교착 상태는 장기성을 띠게 돼 있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해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타격해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4월20일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건설 병진노선’ 종료 선언과 함께 채택한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집중’이라는 국가발전 전략노선은 유지한다는 뜻이다. 집권 초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2012년 태양절 100돌 연설)했던 김 위원장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라고 한 것은 미국·유엔의 고강도 제재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터이니 ‘자력갱생 기치’로 돌파하자는 대내 호소다.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에서 승리하자면 강력한 정치외교적·군사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외교전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방략들을 제기하셨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경제’를 위한 ‘정치외교’와 ‘군사’ 구도다. 다만 그 구체적 내용이나 남북관계, 중국·러시아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전원회의 결과 보도문은 김 위원장의 ‘대미 방침’을 밝히는 데 힘을 쏟았다. 전체 1만8천여자 가운데, 회의 4대 의제 가운데 첫 의제인 ‘‘조성된 대내외 형세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에 1만4800여자가 쓰였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본심은 제재를 계속 유지해 우리의 힘을 소모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합동군사연습” “첨단무기 남조선(한국) 반입” “단독제재조치들”을 미국의 “(북한)제도 압살 야망”이라 예시했다. 이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중지, 핵시험장 폐기 선제 중대조치들”을 상기시키고는 “지켜주는 (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더이상 일방적으로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의 추가 비핵화 조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면서도, 핵·미사일 시험 중단(모라토리엄) 파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외부의 예상과 달리 협상 중단을 선언하거나 지난해처럼 ‘(협상) 시한’을 명시적으로 못박지도 않아, 일단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한테 “우리는 비핵화에 대한 합의에 서명했다”며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선물’이 꽃병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 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막다른 처지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안전을 위해 필수적·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충격적 실제 행동’이 무엇인지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할 때처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자력갱생 장기전”을 호소하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셈이다. 비핵화를 포함한 북-미 협상에 다시 나설 조건으로는 김 위원장이 ‘적대시 정책’의 예로 든 한·미 군사연습의 중단과 제재 완화·해제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서 빠져나온 뒤 김 위원장의 ‘기다림’에 호응해 전향적 조처를 내놓느냐가 상반기 북-미 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미 양국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사실상 대규모 연합훈련의 실시를 자제해오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위기와 기회가 여전히 공존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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