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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2 17:03 수정 : 2020.01.02 18:23

2020년 1월1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2019년 12월31일 조선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단체 사진. 맨 왼쪽 빨간 동그라미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가운데 동그라미에서 왼쪽부터 리강선 일용품공업상, 장춘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리혜정 사회과학원장, 오춘복 보건상이다. 그 옆에 있는 여성과 김창선 부장 바로 뒤에 서 있는 여성의 신원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맨 오른쪽 동그라미에서 앞쪽 여성이 김여정 제1부부장, 뒤쪽 여성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뉴스1 노동신문

단체 사진 통해 톺아 본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사진에 등장한 당·정·군 지도부 256명
남성 일색인 가운데 여성 지도자 9명
최선희·김여정·현송월 외 ‘4인방’ 눈에 띄어
박봉주는 휠체어 타고 ‘찰칵’

2020년 1월1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2019년 12월31일 조선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단체 사진. 맨 왼쪽 빨간 동그라미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가운데 동그라미에서 왼쪽부터 리강선 일용품공업상, 장춘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리혜정 사회과학원장, 오춘복 보건상이다. 그 옆에 있는 여성과 김창선 부장 바로 뒤에 서 있는 여성의 신원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맨 오른쪽 동그라미에서 앞쪽 여성이 김여정 제1부부장, 뒤쪽 여성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뉴스1 노동신문

1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단체 기념사진을 자세히 뜯어보면 몇 가지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사진에 포함되고 포함되지 않은 ‘사람’을 통해 이번 전원회의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봤다.

■ 단체사진 찍은 256명 중 여성 9명(3.5%)…누구?

이번 전원회의에서 새로 구성된 당·정·군 지도부가 함께 찍은 것으로 보이는 단체사진에 등장하는 256명 가운데 여성은 단 9명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바로 뒤편 네 번째 줄에 일렬로 나란히 선 ‘여성 4인방’이 눈에 띈다. 이들은 국가기관의 수장인 ‘상’, 남쪽으로 치면 장관급 인사로 추정된다. 북한정보포털과 전문가를 통해 검토한 결과 이들은 리강선 일용품공업상, 장춘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리혜정 사회과학원장, 오춘복 보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용품공업성은 각종 생활용품을 생산해내는 경공업 분야를 주로 담당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각종 생활용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받는 부처라고 볼 수 있다. ‘여맹’은 당 외곽 사회단체 가운데 하나로 김일성 주석의 배우자인 김성애가 여맹 위원장을 역임했다. 나름대로 ‘파워’가 있는 단체인 셈이다. 사회과학원은 사회주의 국가를 정치·사상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연구·개발을 하는 주요 연구기관이다. 남쪽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보건성 역시 주요 정부 부처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과학, 교육과 더불어 “보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할 정도다.

단체사진에는 남쪽에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는 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보인다. 김 1부부장은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그가 사실상 서열 1위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적 지도, 인사권을 가진 조직지도부가 선전선동부에 비해 영향력이 큰 편이라 실제 이동한 게 맞다면 일종의 ‘승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외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현송월 당 중앙위원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선전선동부 부부장 추정)도 단체사진에 모습을 드러내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 ‘대미 라인’ 투톱, 리수용·리용호가 안 보인다

단체사진에서는 대표적인 ‘대미 라인’으로 2018∼2019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 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나흘 동안 열린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 2열에 앉아 있었지만 막상 새 지도부를 모아놓은 단체사진에선 빠졌다.

북-미 관계가 교착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라인’이 교체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 단정짓긴 이르는 분석이 많다. 리용호 외무상이 자리를 내려놨다면 이날 새 외무상이 발표됐어야 하는데, 새 국가기관 간부 인사에서 외무성이 빠져 있어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한 정부 소식통은 “아직 확정짓긴 어렵지만 소환됐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리수용 국제부장은 올해 80살로 고령이라 ‘문책성 경질’보다는 이번에 새로 부장에 선출된 김형준 전 주러시아 대사한테 자리를 넘겨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석단 1열에 자리했던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장, 2열에 앉은 김평해(79) 간부부장과 안정수(72) 경공업부 부장, 그 외에 태종수(84) 군수공업부 부장, 노두철 내각 부총리(70) 등이 단체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들이 70∼80대 고령인 것에 비춰볼 때 일종의 ’세대 교체’ 차원에서 각각 정치국 위원, 정무국 부위원장, 전문부서장 등에서 소환·해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 제재 아래서 사실상 ‘장기전’을 치르겠다며 경제사업 분야 등에서의 ‘정면돌파’를 강조했는데, 그런 차원에서 경제 라인을 강화하려는 취지의 인사 조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 사흘동안 전원회의 불참한 ‘경제사령탑’ 박봉주, 기념촬영에 휠체어 타고 등장

전문가들은 전원회의 첫날부터 3일째 회의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마지막 날 기념사진 촬영에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드러낸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2일 분석 자료를 내어 “휠체어를 탄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마지막 기념사진 촬영에 등장해 함께하는 모습 등은 ‘당-국가’를 책임지는 최고 엘리트 집단의 공동결정, 이견이 없는 일체화된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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