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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괌→미국 후퇴’ 핵 폭격기 B-52가 두 달 만에 동해에 뜬 까닭은

등록 2020-07-06 14:55수정 2020-07-06 17:05

정치BAR_길윤형의 알고싶어
지난달 중순 한반도 정세 급속 악화되자
미 B-52 동해 뜨고, 일 전투기 꼭 붙어 호위
일체화된 미-일동맹 북 견제 위해 무력시위한 꼴
2017년 위기 땐 대북 연합 군사행동 구상도
미-일 군사협력 활동범위 남중국해 등으로 넓어져
지난 4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라 불리는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니미츠의 모습. 미국은 이날 이레적으로 이 바다에서 2개의 항모가 참여한 훈련을 진행했다. 미 해군 제공
지난 4일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라 불리는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니미츠의 모습. 미국은 이날 이레적으로 이 바다에서 2개의 항모가 참여한 훈련을 진행했다. 미 해군 제공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지만, 북한이 ‘대북 전단’ 등을 문제 삼아 지난달 16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 한반도 주변에선 미묘한 군사적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미-일이 북한을 자극하는 민감한 ‘전략 자산’을 동원해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진행한 것입니다.

두 나라는 어떤 훈련을 소화한 것일까요. 미-일 군사당국이 공개한 ‘보도자료’를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자위대 항공막료감부(한국의 공군참모본부)는 지난달 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인 B-52와 호위 임무를 맡은 일본 전투기들이 “일-미의 공동대처능력과 부대의 전설기량 향상”을 위해 두 차례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첫 훈련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파괴한 지 바로 다음날인 17일 이뤄졌습니다. B-52 2기는 항공자위대의 F-15 12기와 F-4 4기 등 총 16기의 일본 전투기들과 “동해와 오키나와 주변 공역”을 비행했습니다. 이어 6일 뒤인 23일에는 미국의 B-52 2기와 미 해군의 함재기인 E/A-18G 2기가 항공자위대의 주력 전투기인 F-2 4기와 함께 태평양 상공을 날았습니다.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 B-52 2기가 미 해군 함재기의 호위를 받으며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 제공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 B-52 2기가 미 해군 함재기의 호위를 받으며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 제공

다음은 해군입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미 해군의 연안전투함(LCS)인 개브리엘 기퍼즈와 해상자위대의 연습함인 가시마와 시마유키가 23일 남중국해에서 “전술운동과 통신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자위대 보도자료에 담긴 건조한 문장들만 읽으면, 이 훈련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감이 잘 안 와 닿을 수 있습니다. 먼저, B-52가 동해를 날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이 동맹국에게 제공하는 ‘확장억지’(핵우산)를 상징하는 B-52는 1953년 이후 70년 가까이 활약 중인 거대 폭격기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 도발을 일으킬 때마다 ‘성층권의 요새’라 불리는 이 기체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왔습니다. 계속 도발을 이어가면, ‘핵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한반도 내부까지 진입하지 않고, 그 주변인 동해 언저리를 비행했습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폭격기를 띄우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4월 괌에 배치돼 있던 B-52 5기를 본토로 귀환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30일 그 중 3기를 알래스카의 아일슨 공군기지로 전진 배치했습니다. 이 결정의 전략적 의미는 상당하다고 여겨집니다. 불과 두달 반만에 미 본토로 가져갔던 B-52라는 전략 자산을 다시 한반도 근처로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해군의 훈련은 어떤 뜻일까요. 개브리엘 기퍼즈는 2011년 1월 머리를 관통하는 총격을 당한 뒤 기적적으로 살아난 민주당 소속 전 여성 하원의원의 이름을 딴 함선입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이 전투함은 레이더에 잘 보이지 않아 적의 해상 근처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중국군의 레이더에 잘 발견되지 않는다면, 원산이나 함흥 등 북한 동해안을 감시하는 북한군의 레이더에도 잘 발견되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그뿐일까요.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지난달 29일과 4일 각각 공개한 자료를 보면, 그와 별도로 미국의 두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과 니미츠가 필리핀해와 남중국해에서 각각 훈련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개의 항공모함이 참여한 훈련은 매우 이례적인 것입니다.

이 훈련은 한반도와 조금 떨어진 남중국해와 필리핀해에서 진행됐으니, 일단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 등의 문제로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에 미 항공모함과 같은 전략 자산이 전개되는데 극도의 위협을 느끼는 북한은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매우 조심스럽게 지켜봤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5일까지 자국을 감싸는 세개의 바다인 서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동시 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4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니미츠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또다른 항모인 로널드레이건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공동 훈련을 진행했다. 미 해군 제공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4일 남중국해 해상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니미츠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또다른 항모인 로널드레이건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공동 훈련을 진행했다. 미 해군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겐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있습니다. 북한이 잇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쏘아대던 2017년 11월 동해에선 미-일의 살벌한 연합 군사훈련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훈련엔 로널드 레이건, 시어도어 루즈벨트, 니미츠 등 미 항공모함 세척과 일본의 준항모인 이세, 호위함 이나즈마, 마키나미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이 벌어졌습니다. 불안감을 느낀 북한은 11월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일본이 합동군사훈련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과 함께 새로운 조선전쟁을 일으키려는 전쟁광기”라며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불이 일어나면 일본도 절대로 무사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내놓습니다.

이 훈련은 단순한 훈련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이 무렵 북한에 한정적인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코피작전’을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미국은 그해 4월 시리아에 이 같은 ‘코피작전’을 감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증언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 자위대의 통합막료장이었던 가와노 가쓰토시는 은퇴 뒤인 지난해 5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조셉 던포트 미 합참의장과 2~3일에 한번,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과도 준비 태세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다.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 한반도에 유사사태(전쟁)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해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자위대는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정말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위대가 그에 대한 대비 계획을 세웠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2018년 이후 ‘기적 같은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여러 군사 위협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수 있는 ‘참수작전’이 포함된 ‘작전계획 5015‘를 작성했고, 일본은 현재 자위대가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 군사 거점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이른바 ‘적기지 공격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북한은 2017년 5월엔 미 중앙정보부(CIA)와 한국 국가정보원이 ‘우리 공화국의 최고수뇌부’(김정은 국무위원장)를 암살하기 위해 테러 범죄집단을 “우리 내부에 침투”시켰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었는지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3월31일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던 사람인가”라고 당돌하게 묻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예비회의를 열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공언했던 여러 군사행동을 ‘보류’시킵니다. 이 결정이 미-일의 군사적 위협 때문인지, 한국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 때문인지 분명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018년 이후 남북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단번에 날려버릴 뻔한 위험천만한 충돌이 가까스로 회피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평화는 여전히 너무나 멀고, 우리 눈 앞엔 펼쳐진 것은 여전히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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