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2019년 10월5일(현지시각)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맨 왼쪽이 당시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권정근 외무성 순회대사. 스톡홀름/사진공동취재단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며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3차 북-미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잠꼬대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뿐”이라고 쏘아 붙였다.
권 국장은 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자기 이름으로 된 담화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권 국장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접촉 당시 차석대표로 협상에 관여했던 사람이다. 그는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낸 담화를 언급하며 “쉽게 알아들을수 있게 명명백백하게 전한 우리의 입장이었다”며 그럼에도 “지금도 남쪽 동네에서는 조미(북-미)수뇌회담을 중재하기 위한 자기들의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헷뜬 소리들이 계속 울려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최 부상은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권 국장은 북-미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 관계자를 우회적으로 가리키면서 “때도 모르고”, “오지랖이 넓”다며 특히 “어떤 인간들은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쎄지’이고 ‘좀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점점 더 복잡하게만 엉켜돌아가는 조미관계를 바로 잡는다고 마치 그 무슨 ‘해결사’나 되는 듯이 자처해 나서서 제코도 못 씻고 남의 코부터 씻어줄 걱정을 하고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라는 지적도 이어갔다.
권 국장은 남쪽 정부가 “이제는 삐치개질(참견)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은데 그 버릇 떼기에는 약과 처방이 없는 듯 하다”며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만 더더욱 망칠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는 해보라”며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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