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장비 평가기준 다룬 문건
연구소 등 압수수색…10여명 출금
검찰 수사받던 전 연구원 숨진채 발견
연구소 등 압수수색…10여명 출금
검찰 수사받던 전 연구원 숨진채 발견
차세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국가 기밀이 해외로 유출돼 검찰과 군이 수사에 나섰다. 또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전 국방과학연구소(국방연) 연구원 강아무개(58)씨가 19일 오전 3시50분께 대전 서구 삼천동 ㄱ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전지검은 최근 기무사가 국방연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레이더 관련 기밀이 유출됐다고 알려와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13일 국방과학연구소 및 전·현직 연구원의 집과 개인 컴퓨터, 관련 외국기업 한국 자회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해외로 유출된 국가기밀은 국방부가 군의 차세대 전력 강화를 위해 발주할 예정인 레이더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국내 기준을 국방연이 연구한 문건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밀문건이 최소한 2개 이상의 외국업체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외국업체 근무자와 국방과학연구소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연구원 등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했다.
검찰은 17일 국방과학연구소 보안책임자를 불러 기밀문건 보관 실태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기무사와 함께 압수한 문건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달 26일 오전 국방과학연구소 1연구동 2층 209호 항공담당 연구사무실에서 일어난 불이 증거인멸을 위한 방화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양재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특수부와 공안부를 합쳐 수사팀을 꾸렸으며 다음 주부터 국방연 연구원 등에 대한 소환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누가, 언제, 어떤 경로로, 어떤 문건을 유출했는지와 이 과정에서 뇌물이 오고 갔는지, 또 다른 기밀 문건이 유출됐는지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군수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첨단 기술을 외국에 유출한 것이 아니고 군이 전력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하려는 차세대 장비의 평가 기준이 외국 군수업체에 흘러들어간 것”이라며 “이들 업체들이 최소한 수십억달러 수준인 이 사업을 따내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숨진 강씨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 등을 남긴 점으로 미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을 고민하다 투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5년 전 국방과학연구소를 퇴직하고 전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운영해 왔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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