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화 병무청장이 7일 오전 서울 대방동 병무연수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몇년 안에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군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는 현재 대책으로 병력 감축과 병역특례 축소, 현역 입영대상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징병제 위주의 병력 충원 방식을 이제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직접 병무행정을 담당하는 병무청은 어떻게 생각할까. 7일 서울 대방동 병무연수원 사무실에서 모종화 청장(63)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12월 13일 취임해 곧 취임 1년을 맞는 모 청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제 모병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해와 주목을 받았다. 육사 36기로 육군 1군단장과 인사사령관을 거쳐 2015년 중장으로 전역한 이력이나 현재 공직자의 신분에 비춰볼 때, 모 청장의 공개적인 모병제 언급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모 청장은 이날 “더 늦기 전에 모병제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병역자원 부족 문제는 202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보면, 20살 남성 인구는 올해 33만명에서 2022년~2036년엔 22만~25만명으로 줄어들고, 37년 이후엔 20만명 이하로 더 떨어진다. 이에 맞춰 정부는 현재 57만9천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2023년까지 의무경찰, 해양경찰, 의무소방원 등 ‘전환복무’를 폐지하고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승선근무예비역 등 ‘산업지원인력’ 규모도 감축해 현역 입영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부터 병역판정 기준을 조정해 현역 판정률을 현행 82%에서 88%까지 높인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대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력 50만명이면, 병사는 그중 30만명 정도 된다. 복무기간이 1년6개월로 유지된다면 매년 20만명이 입대해야 병력이 유지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이 지난 8월 병무청 주관 ‘미래병역 발전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병역판정률을 88.9%로 높게 잡아도 2023년~34년까지 현역 가용자원은 20만~22만명 선을 유지하다가 2035년 이후에는 20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모 청장은 “이제 기존의 징병제만으로는 한계에 왔다”며 “더는 쉬쉬할 게 아니라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내후년 대선 전까지는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병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만의 경우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병력 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는 대안으로 “징병 30%, 모병 70%인 징·모병 혼합 방식”을 제시하며 ”모병에 대해 적정 수준의 급여와 업무, 안정적인 생활환경 보장 등이 뒷받침된다면 지원자 모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대 중반 이후 병력자원 감소
개인적으론 ‘모병·징병 혼합제’ 선호
급여·생활환경 보장 때 모병 무리 없어”
“대체복무 정착 위해 적극 지원할 것
스티브 유 입국은 장병들에 상실감”
13일 취임 1년…육군 1군단장 등 지내
올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법률 용어로는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가 실시된 첫 해이다. 11월 말까지 1798명이 신청해 730명에 대해 대체복무 편입이 결정됐다. 모 청장은 “잘 정착하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복무 분야가 교도소로 한정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2019년 법안 심사 때 사회복지업무, 소방 업무 등은 합숙시설 부족 등으로 배제됐고, 유해발굴은 ‘당사자들이 군의 통제를 받고 싶지 않다’고 해서 빠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체복무제가 정착되면 대체복무자 수급실태, 난이도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분야 확대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36개월로 돼 있는 복무기간에 대해서도 “현역 복무기간이 18개월 등으로 줄어든 만큼 추후 국민적 공감대 등을 감안해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모 청장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에서 미국 시민권을 얻어 병역을 기피한 가수 유승준씨에 대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스티브 유”라며 강력한 입국금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모 청장은 “유씨의 입국을 허용하면 장병들에게 상실감을 준다“며 “유씨가 진솔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 여론을 돌려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모 청장은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병무분야 중 하나로 ‘청춘디딤돌 병역진로설계사업’을 꼽았다. 이는 입영 전 적성과 전공을 군복무와 연계하고 또 전역 후 진로와도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상담서비스로 지난 7월 서울에서 처음 실시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영·호남과 충청지역으로 확대한다. 모 청장은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여기 와서 적성검사를 받고 상담해서 군대 특기를 받고 이를 전역 후 직업으로도 연결하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과 협업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3천명 정도 했는데, 내년엔 5천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