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8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를 통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9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 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9일 <노동신문>이 1~6면에 펼쳐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고난의 행군”을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으로 공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총비서는 8일 끝난 ‘노동당 6차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우리의 전진도상에는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놓여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당 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은 순탄치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 당은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가 생길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유엔의 고강도 장기 제재(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에 맞서 “정비전략, 보강전략”인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자력갱생, 자급자족” 방식으로 완수해 “지속적인 경제 상승과 인민생활의 뚜렷한 개선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김 총비서가 8차 당대회(1월5~12일) 연설에서 밝힌 전략노선의 연장선에 있다.
김 총비서가 북녘 인민들한테 굶주림·아사 등 처절한 고통으로 기억되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개념을 소환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주문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총비서가 앞으로 추구할 대남·대미 등 대외 행보가 개방적이기보다 보수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어서다.
김 총비서는 <노동신문> 1~3면에 펼쳐 보도된 “현시기 당세포 강화에서 나서는 중요 과업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유례없는 극난한(극히 어려운) 환경”을 짚고는 “사상의 힘”과 “과학기술의 힘” 따위를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우리가 적대세력들의 극악한 제재봉쇄 책동 속에서도 마음먹은 대로 공장을 꽝꽝 돌리고 농사를 본때 있게 지으며 건설을 힘있게 내밀자면 과학기술에 철저히 의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기 단위 앞에 맡겨진 혁명 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현시기 당세포들 앞에 나서는 10가지 중요 과업”의 여섯번째 과업으로 제시했다.
김 총비서는 “지금 우리 청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적지 않고 새세대들의 사상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짚고는 “오늘날 청년교양문제를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 사업에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청년교양에 특별히 힘을 넣는 것”을 ‘당세포 10대 과업’의 여덟번째 과업으로 꼽았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6차 당세포비서대회 마지막 날인 8일 “모범적인 당세포비서들”한테 표창장을 줬다고 9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노동당의 기층조직인 ‘당세포’는 “당의 친위대, 돌격대”라며 “당세포 강화는 전당 강화, 전당 단결의 초석이며 사회주의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한 기본열쇠”라고 말했다. 당세포는 5~30명으로 이뤄지는 노동당의 최말단 조직이며 당세포 비서는 당세포 조직의 책임자다. 당세포비서대회는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2013년 1월과 2017년 12월에 이어 세번째다. 세 대회 모두 김 총비서가 참석했다.
6~8일 사흘간의 노동당 6차 세포비서대회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한 <노동신문> 보도문에 대남·대미 등 대외 정책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전혀 없었다. <노동신문>은 이날 평소보다 2개면 많은 8개 면을 발행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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