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모습.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오른쪽 뒤로 서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일부 탈북자 단체의 일방적 대북전단 살포 주장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상응한 행동 검토”를 2일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노동신문> 2면에 실린 개인 담화에서 “얼마전 남조선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반공화국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남조선 당국은 ‘탈북자’ 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 우리도 이제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와 명분 측면에서 섣부르고 과도해 보인다. 우선 자유북한운동연합은 4월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근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전단 등을 북쪽으로 날려보냈다고 4월30일 주장했으나 ‘물증’은 내놓지 않았다. 더구나 통일부는 4월30일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 사실이 확인되면 ‘접경지역 주민 생명·안전 보호’를 이유로 군사분계선 일대의 “전단 살포, 확성기 방송” 등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24·25조를 근거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2일에도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전제한 뒤 “전단 살포 문제는 경찰 전담팀이 조사하는 만큼 ‘남북관계발전법’이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취지에 부합되게 확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사실 확인 뒤 처벌’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전단 살포 주장만 있을 뿐 물증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 북쪽이 이날 ‘김여정 담화’와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를 동시 다발로 발표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쪽은 ‘남쪽을 때려 미국을 움직인다’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듯하다”며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쪽의 추가 대남 압박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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