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특별담화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그 간의 `조용한 외교' 기조를 변경할 것임을 분명히 밝힘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수반될 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독도문제도 더 이상 조용한 대응으로 관리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며 "독도는 단순히 조그만 섬에 대한 영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에서 잘못된 역사의 청산과 완전한 주권확립을 상징하는 문제이므로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조변화 배경은 = 노 대통령은 이달 18일 여야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기조는 조용한 대응을 통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기조였다"면서 "이 같은 대응기조를 계속 가져갈 것이냐도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해 기조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일본이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서 수로측량을 감행하려는 사안의 특성을 감안, EEZ 침범과 같은 영토주권 문제는 조용히 처리할 수 없다는 언급으로 해석됐고 독도문제에 대한 전면적 기조변화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를 우려하는 견해가 없지 않다"고 언급하면서도 독도문제를 역사 청산과 주권확립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혀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침의 전면적 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조 변화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이 단순한 말이나 관념이 아닌 `수로탐사 계획'이라는 행동으로 구체화된 데 따른 경계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1~22일 한일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일측이 6월30일까지로 예정된 탐사 계획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언제든 다시 수로탐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억지주장'을 행동으로 옮길 태세를 갖춘 만큼 조용히 대응할 시기가 지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기조변화에는 독도문제를 일제 침략의 역사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그에 기반한 정부 입장을 국내 정치용으로 판단하는 일본의 시각을 교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비뚤어진 시각은 최근 공개된 일본 외무성의 내부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독도에 대한 한국의 주권행사를 반일 강경책의 한 수단으로 평가하는 등 한국의 대일외교정책을 국내 정치용으로 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이 특별담화의 형식으로 독도문제를 언급하면서 모두에 독도의 역사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이 한국민 만큼 독도 영유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국민들을 상대로 교과서 검정 및 수로측량 등을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인식을 주입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독도문제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일본인들에게까지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라도 조용한 외교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 실효적 지배 강화 조치 수반되나 = 노 대통령이 독도문제를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 같은 기조가 어떤 조치를 통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조치가 수반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독도에 경찰력을 더 많이 배치하고 주변 해역에 대한 경계 인력을 보강하는 것과 함께 독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접근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일이 이르면 5월 재개키로 한 EEZ 경계획정 협상에서 독도를 우리 측 EEZ의 기점으로 삼아 독도-오키제도의 중간선을 한일 EEZ의 경계로 주장하는 방안도 같은 맥락에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독도문제를 전담하는 역사재단 등의 창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독도영유권에 대한 국제법적 논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일 협상 여지 좁히지 않을까' 우려도 존재 = 대통령의 독도문제 기조변화 방침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우선 노대통령도 밝힌 것처럼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이달 18일 유엔 해양법 협약 상의 강제분쟁 해결절차를 배재하는 선언서를 유엔에 기탁함에 따라 국제 단위 재판소에서 한국측의 동의없이 일본의 일방적 제소로 독도 영유권에 대한 강제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원천봉쇄된 상황.
그러나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도가 분쟁지역화해서 국제여론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우리 측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견해는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이 워낙 강경한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일본과 EEZ 경계획정 등 협상에 나설 우리 외교 당국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원덕 국민대(일본학전공) 교수는 "일본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외교 교섭은 밀고 당기는 측면이 있는데 대일 외교의 수장인 대통령이 초강경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외교교섭에서 유연성을 제약하거나 외교협상 당국의 재량권을 좁히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인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과 인식 수준이 우리 국민에 비해 훨씬 낮은데 한국 최고지도자의 강경기조로 말미암아 일본 여론이 독도문제를 통해 내셔널리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조준형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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