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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반총장 제1과제는 이라크·이란 핵 등 분쟁 확산 막는 것”

등록 2006-12-31 16:59수정 2006-12-31 18:08

최영진(오른쪽)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말 뉴욕의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 교수와 좌담을 하고 있다. 뉴욕/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최영진(오른쪽)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지난달 말 뉴욕의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건물에서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 교수와 좌담을 하고 있다. 뉴욕/김경호 기자jijae@hani.co.kr
유엔의 재구성 1부 : 반기문 체제 출범
[대담] 반총장과 유엔과제

“반기문 사무총장은 회원국들간 또 사무국과 회원국들간 관계에서 유엔을 회복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회원국들이 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가 적임자라는 인식을 하게 됐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드워드 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공공학과(SIPA) 교수는 반기문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럭 교수는 국제관계를 연구한 저명한 학자이자 유엔 개혁 자문가, 유엔총회 국장, 미국유엔협회 회장을 역임한 유엔 전문가다. 최영진 유엔주재 한국 대사가 12월 하순 뉴욕 유엔한국대표부에서 럭 교수를 만나 반 총장의 성공전략과 유엔의 과제와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영진(이하 최)=유엔 갈등의 원인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에드워드 럭/컬럼비아대 교수
에드워드 럭/컬럼비아대 교수
에드워드 럭(이하 럭)=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힘의 불균형이 있다. 유일 초강대국이 있을 때 다자적 결정을 내리기는 매우 힘들다. 많은 나라들은 미국이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한다고 걱정한다. 세계의 많은 과제들을 나라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192개나 되는 회원국들의 의사결정 절차는 항상 문제였다. 유엔이 안보와 개발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하는지를 둘러싸고 남북 진영 간에 해묵은 갈등도 있다. 사무총장은 유엔이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선택을 하도록 만들면서도, 일을 공개적으로 해서 회원국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유엔 내 (부국과 빈국 사이의) 존재하는 남북 분열에 대해 반 총장에 거는 기대가 있다고 보는데….

=냉전시대에 우리는 누가 누구편인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혼란스럽다. 분명 남북진영, 즉 부국과 빈국들 사이엔 심각한 분열이 있다. 사람들이 반 사무총장에 희망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들도 이런 패턴을 따르고 싶어한다. 반 사무총장은 자신의 일생에서 빈곤국, 개발도상국, 선진국이 된 한국을 보았다. 여러 회원국들은 반 사무총장이 자신들의 처지에 공감할 것이라고 여긴다. 유엔 내 분열을 치유하는 데서 이 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그가 어떤 특정 강대국의 후보로 보이지 않은 것이다. 처음에 코피 아난은 미국의 후보로 여겨졌고,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는 프랑스가 내세운 후보로 여겨졌다. 반기문은 국제적 후보로 보였다. 매우 긍정적이다.

반총장과 한국 관계는?
세계 자손으로 입양한 셈 북핵 중재역 위임 바람직


=한국에서는 반 총장이 뭔가 한국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 총장과 한국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는가?

=반 총장이 한국적 가치를 대표하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계속 느끼길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국제사회에 대여됐다. 세계가 그를 한국만의 자손이 아닌, 세계의 자손으로 입양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출신국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이슈들에 많이 관여하지 않는다. 반 사무총장이 북한과의 중재에서 계속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는 것을 알지만, 그 문제는 다른 이들에게 위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내년에 반 총장이 직면하게 될 가장 어려운 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이라크가 유엔의 과제가 될 수도 있고, 아프리카도 전체적으로 문제인데.

=우선 중동의 분쟁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며, 핵무기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고, 테러리즘과도 연관돼 있다. 전세계가 의존하고 있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 문제도 있다. 사무총장은 뒤로 물러서서 먼거리에서 상황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상당히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 이란 핵도 절박한 과제인데, 반 총장은 북한문제를 다뤘던 경험으로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엔 주변에선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떠넘기길 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라크 문제가 유엔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유엔이 이라크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는 이라크 문제 일부를 유엔에 넘기는 것으로 미국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바논 문제를 본다면 한국은 보병 1개 대대를 파병하기로 했고, 아마도 2007년에 파병하게 될 것이다. 위험 요소와 성공 가능성은?

=유엔레바논임시군(UNIFIL)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현지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고 매우 유동적이며, 당사자들 사이에 평화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 당사자인 헤즈볼라는 국가가 아니어서 상황이 더 어렵다. 어떤 평화유지군에게도 위험한 상황이다. 안보리 결의 1701호는 매우 광범위하고 많은 임무를 담고 있으며 헤즈볼라 무장해제 같은 임무는 직접 맡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이며 정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평화, 안전도 불가능하다.

최영진/유엔주재 한국대사
최영진/유엔주재 한국대사
=2005년 말 기준으로 평화유지활동(PKO) 예산은 연간 50억달러로 나머지 전체 유엔 사무국 예산을 합친 것보다 3배나 많다. 평화유지군은 기록적인 10만명에 육박할 것이다. 왜 평화유지활동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보는가? 유엔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유엔 평화유지활동은 유엔의 최대 업무다. 과거에는 전쟁을 벌인 두 국가들 사이에 배치된 군대뿐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병사만 필요한 게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과 인도주의 구호활동, 정부 재건, 법·제도 등 모든 종류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화유지활동의 범위는 매우 넓어졌고, 유엔의 거의 모든 분야가 연관돼 있다. 평화유지활동은 사실상 여러 업무를 종합한 것이며, 매우 어려운 장소에서 벌어지게 된다. 매우 어려운 도전과제이지만, 이 점이야말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은 유엔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새천년개발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유엔의 중요과제인 개발이라는 면에서 새천년개발계획은 매우 중요하다. 이 계획은 인권과 평화의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가족을 먹여살릴 수 없고 적절한 일자리도 없다면 인권을 누릴 수 없으며, 종종 평화와 안전도 위협받게 된다. 부국과 빈국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면 불균형 상태가 만들어져 난민행렬이 들어오게 되면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반도에서도 부유하고 성공적인 남한과 빈곤하고 실패한 북한 사이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엔과 미국의 관계도 중요한데, 어떻게 전망하는지?

=유엔과 미국의 관계는 항상 거북했다. 유엔은 미국을 무시하기 여렵다. 그러나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미국 정부도 외교정책을 실행할 때 유엔이 필요하다고 깨닫게 된다. 나는 민주당원이고, 조지 부시 행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부시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와 지금의 태도를 살펴본다면 그들은 지금 유엔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고 적극적이다. 좋은 소식은 미국인들이 종종 유엔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유엔의 성공을 바란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더 이상의 고립주의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유엔이 국제관계의 큰 부분이라는 인식이 있다.

반 사무총장은 북한에 대한 견해 등에서 미국과 많은 차이를 보였으며, 미국이 내세운 후보처럼 보이지 않았다. 매우 긍정적이다. 동시에 그는 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미국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유엔의 결혼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지될 것이다.

안보리 개혁 어떻게?
내부적으로 생각차이 커 사무총장 개입 여지 적다

=진정한 유엔 개혁은 안보리 개혁이라는 말도 있다. 반 사무총장이 몇 년 안에 이에 관한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가 마술처럼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안보리 개혁은 매우 중요하지만, 회원국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매우 심각한 분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일이 잘 되도록 촉진시키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무총장이 모든 이슈들과 씨름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반 총장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무엇보다도 사무총장은 많은 의사소통을 해야 하며, 중재자가 돼야 하고 관리자가 돼야 한다. 과거보다 강력한 관리자가 필요하다. 우선 남의 말을 듣고 모든 견해들을 고려한 다음 결단력 있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반기문이 그렇게 활동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정리/박민희, 서수민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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