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14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세부/연합뉴스
필리핀 정상회담서 합의…올해 3국 문화교류의 해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 정상은 14일 지역 및 국제 이슈와 정치·외교적 사안에 대한 긴밀한 대화와 조정을 위해 한·중·일 외교부 사이에 ‘고위급 정책협의체’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세 정상은 이와 함께, 올해부터 ‘한-중-일 투자협정’ 공식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향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필리핀 세부의 상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한·중·일 세 나라의 협력 증진이 상호 국익에 기여할 뿐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및 번영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이렇게 합의했다. 세 정상은 2007년을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기로 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중·일 외교부의 ‘고위급 정책협의체’에서는 테러, 물류, 청소년 교류 등의 문제가 논의되며, 의제의 중요도에 따라 외교장관이나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다”며 “북한 핵문제는 6자 회담 틀에서 다룬다는 원칙에 따라 의제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 연계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과 일본인 납치문제는 별개 사안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이유로 북한 제재에 무게를 두는 태도는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열린 별도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에게 두 나라 사이 역사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양국 문화재 관계기관이 상호 관심이 있는 유물·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보존 협력사업’을 곧바로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2일 리자오싱 외교부장, 아사노 가쓰히토 일본 외무부 대신과 4차 한-중-일 3자 위원회를 열어 세 나라 협력의 내실화와 제도적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해마다 한차례 세 나라가 돌아가며 열기로 했다. 첫 회의는 에너지 분야의 실질 협력 등을 중심으로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자회의 이외의 장소에서 3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며, 정부는 이를 ‘아세안+3’ 등 다자회의와 독립된 3국 정상회담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세부/신승근 기자, 강태호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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