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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대북정책 도덕적 접근 ‘비실용’…외교지형 변화 읽어야”

등록 2008-02-29 21:54수정 2008-02-29 23:07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정책 주요 발언 및 내용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중-북미 관계개선 땐 한국만 고립될 수도
‘비핵·개방·3000’은 미국도 버린 선핵폐기론

〈한겨레〉는 초당파적 연구기관인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과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적선동 코리아연구원에서 28일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사회를 본 이 토론회에는 이 연구원의 연구기획위원장인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와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가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이 실용주의가 아닌 일방적 도덕주의, 가치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북핵 문제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포괄적 접근법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

■ 이명박식 ‘실용외교’

박건영=이명박 정부는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실용주의란 결과 중심이다. 방향과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공이 오면 우선 피하고 보는 ‘피구식 실용주의’가 아니라 비록 우회하더라도 전진하는 ‘럭비식 실용주의’, 곧 전략적 실용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실용주의란 제도와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도 평화공존 교류 협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재 이명박 정부는 ‘공유된 가치’를 강조한다.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 공동의 가치에 기초한 한미일 3각협력, 북한 정권이 아니라 주민을 상대하겠다는 언급 등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전형적인 가치지향 정책이다.

박순성=우선적으로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동북아 정세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은 무조건 잘못됐다는 정치적 편향을 보인다. 동시에 평화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추구와 한-미동맹이라는 절대적 군사안보 전략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는 자신의 긍정적 적극적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게 우선 필요하고 중요하다.

김연철=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가치외교 도덕외교를 추구하는 게 문제다.


■ 한-중관계

이희옥=새 정부에서 한미관계를 제외하면, 주변국 외교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다만 한-중 양국은 양자관계를 넘어 지역과 국제문제에서 함께 협력하는 전략적 관계로 관계 격상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한-미동맹에 편중해 과도한 가치외교에 빠질 경우, 한-중관계에 불협화음이 생길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중관계가 빠르게 재정상화의 과정에 들어서는 국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호의적으로 보나, 내부적으로는 한국의 행동을 지켜보는 관망적 자세도 있다. 올 8월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는 한-중 관계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북한 인권 문제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MD)체제 문제에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왼쪽부터)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왼쪽부터)

■ ‘비핵·개방·3000구상’

박건영=‘비핵·개방·3000구상’은 선핵폐기론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도 이미 용도폐기한 정책이다. 지금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클린턴 정부 때 북-미관계의 역학을 이해못해 결과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짊어진 선례가 재연될 수 있다. 선핵폐기론은 현 단계 동북아 국제정치의 역학에서 벗어난 제안이다.

박순성=설명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핵 폐기가 이 구상 실행의 조건인지 목표인지 불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전략의 외교적 지형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핵폐기만 강조하면 군사안보, 국방 문제가 된다. 북핵 문제를 한국의 국가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중국의 부상 및 미-중의 이익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김연철=북핵을 어떻게 폐기할지에 대한 방법론이 없다. 6자회담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관계개선이나 한반도 평화 등 포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고엔 포괄적 접근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박건영=현실적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은 불가피하다. 북쪽엔 생존이 걸려 있는데다, 북-미간에 역사적으로 불신이 깊어 누가 먼저 움직일 수 없다. 선핵폐기론의 결과는 이미 북한의 핵실험으로 증명됐다.

박순성=‘비핵’과 ‘개방’과 ‘3000’을 순서로 생각하지 말고, 병행해 풀어갈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로 생각한다면 좋겠다.

■ 피에스아이·엠디 참여

김연철=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북쪽이 하는 거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태도, 일종의 무시정책을 펼치려는 것 같다. 당장 걱정되는 게 피에스아이와 엠디 참여 여부다. 참여 결정이 나오면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가능할지 우려스럽다.

박건영=피에스아이 추진의 정치철학적 기반은 신보수(네오콘)다. 다음 미국 대통령 유력 후보인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모두 반 신보수다. 차기 미 정부의 동아시아정책은 피에스아이와 실용적으로 친화적이지 않는데, 이명박 정부는 피에스아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희옥=중국은 기본적으로 엠디를 대중국 봉쇄정책으로 받아들인다. 엠디에 참여하면 한-중관계는 물론 6자회담을 포함한 한-중 협력체제도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보편적 가치라는 개념으로 강력하게 제기할 경우에도 내정불간섭의 입장을 취하면서 점진적 인권개선을 추구하는 중국은 부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 북한 인권문제

김연철=새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서 정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인권 관련 언급이 많아진다. 그렇게 정치적 접근을 취하면, 남북관계 및 한-중관계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박순성=인권문제와 체제 개방 문제를 정치화, 조건화하면 우리 외교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 시민사회 성장이 함께 가며 인권이 개선됐다. 외적 강제로는 인권을 개선할 수 없다. 북쪽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장애물을 너무 높이 설치하면 안 된다.

박건영=북한 인권에 대해 인류애적 관심을 갖고 국제사회의 개선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분별력을 잃은 공개적 비판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새 정부가 정치적으로 인권 문제를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탐닉하면, 자승자박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박순성=4월 총선까지는 북한이 관망할 것 같다. 총선 전이라도 쌀 비료 협상에서 이명박 정부가 유연하게 나간다면, 북쪽도 우려를 씻고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건영=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10·4남북정상선언을 재검토해 ‘할 것’ ‘못할 것’ 등으로 나눠 일부만 이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일방주의다. 모든 합의는 이익과 손해가 섞여 있는 패키지다. 이익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건 북쪽한테는 불이익을 받아들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의 핵심인 역지사지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희옥=새 정부는 의지가 강한 반면 상대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매우 일방적인 경향이 있다. 남북관계가 교착되는데 북-미관계는 개선되고, 북-중관계도 내년 60주년을 맞아 강화하는 국면이 지속될 경우 ‘코리아 패싱’, 곧 한국 배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김연철=북의 침묵이 오래가고 있다. 지난 10년 포용정책의 결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경협이 진척돼, 북쪽 경제의 대남의존도가 높아졌다. 북한은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언급엔 좋은 말과 나쁜 말이 섞여 있어 말만으론 판단이 어렵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구체적 정책의 실체가 드러나면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선 ‘남북관계가 부재’했던 1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리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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