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무역 불균형·한-중 FTA’ 카드 꺼내자
이 대통령 “한-중·한-일 관계 선결…금융개방” 맞받아
이 대통령 “한-중·한-일 관계 선결…금융개방” 맞받아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가 28일 만났다. 면담은 겉보기에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대화 내용을 보면 두 나라가 국익을 놓고 벌인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읽힌다.
이날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회담 주제는 대부분 ‘경제 현안’이었다. 원 총리는 깨알 같은 글씨를 담은 메모장을 갖고와 두 나라 사이의 각종 경제현안을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등으로 나눠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원 총리는 먼저 양국간의 무역 불균형을 꺼내 들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경제무역체제 보완 추진을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요구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 총리가 조목조목 상황을 설명하며 한바탕 공격을 하자, 그 다음은 이 대통령의 차례였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의 제안을 다 들은 뒤 “전반적으로 유익한 제안이었다”고 일단 받았다. 그러나 무역불균형에 대해선 “매년 줄여가고 있다”고 받았다. 또 ‘한-중 에프티에이’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한-중, 한-일 관계 진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중 에프티에이를 한-일 에프티에이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금융기관들이 요구하는 ‘중국 금융시장 개방’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금융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 방안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날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모두 “상호신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회담 말미에 원 총리는 ‘전략적 관계’를 언급하며 “어느 한때 한 가지 사건으로 변해서도, 변할 수도 없는 것이 전략적 관계”라며 “먼 시야를 갖고 목표를 갖고 함께 가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중국이 진정으로 한국의 발전을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존의 한-중 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화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중 기업인 300여명과 한 오찬 연설회에서 “양국간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해 황해를 ‘내해’(內海)로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베이징/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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