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간담회서 균형외교 강조…중국 의식한듯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동북아 균형을 봤을 때 한국이 한-미 동맹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동맹 강화가 한-중 관계에 끼칠 영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균형된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최우선 외교전략으로 강조해온 ‘한-미 동맹 강화’ 정책 때문에 중국이 느낄 소외감과 경계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으로 될 수 있다”며 “내가 중국에서 깊은 환대를 받고, 두 나라 관계를 격상시킨 것은 한-미, 한-일 관계가 공고해지는 데 따른 중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어 새 정부의 ‘실용외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두 달 만에 실용외교 성과가 꽃을 피웠다면 오히려 정상이 아니다”라며 “내년 하반기쯤 중국이나 일본에서 실리외교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어떤 정책 성과를 두 달, 석 달 만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며 “지금 외교적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홀대를 받는 듯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새 정부 ‘실용외교’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한 해명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다”며 “이 문제는 계속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중국 시장의 미래를 전문적으로 정확히 분석하는 기구가 없다”며 “한국은 중국 시장의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대를 방문해 ‘젊은이의 도전, 그리고 세계 속의 한-중 관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북한이 변화에 나선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경제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의 좋은 경제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올림픽 주경기장과 베이징 현대자동차 공장을 시찰한 뒤, 칭다오로 이동해 현지 진출 한국기업인 초청 리셉션과 산둥성 지도자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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